자동차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다
나에게 아르헨티나는 초면이 아니다. 지난 여행에서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 엘 찰텐을 다녀왔다. 그때 아르헨티나의 아사도(소고기)에 푹 빠져 버렸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경제 위기로 인해 화폐 가치가 하락하여 관광객에게는 물가가 저렴하게 느껴진다. 나는 언제든 아르헨티나로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여기서는 쇼핑에 관대해진다. 아이들은 이런 나를 좋아한다.
"필요한 거 있으면 사! 여기서나 사 주지. 칠레 가면 비싸서 못 사주잖아."
원래 아르헨티나에서의 첫 번째 목적지는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이하 바릴로체)'였다. 푸콘에서 자기 전 이것저것을 검색하던 중 '7개의 호수 투어'를 알게 되었다. 바릴로체의 관광 상품 중 하나다. 아르헨티나에 첫 번째로 도착한 '산 마르틴 데 로스 안데스(이하 산 마르틴)'에서 바릴로체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호수이다. 호텔을 예약하지 않아서 여행지는 언제든 변경이 가능했다. 다행히 산 마르틴은 푸콘에서 바릴로체로 가는 길에 있었다.
칠레에서 아르헨티나로 가려면 두 나라의 국경 사무소를 통과해야 한다. 칠레에서는 출국 심사를 받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입국 심사를 받는다.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다. 여권, 칠레 신분증(RUT), 입국 확인서(PDI), 자동차 등록증, 자동차 보험 가입 서류 등이다. 빠진 서류가 없는지 여러 번 확인해야 한다. 잘못하면 국경을 못 넘을 수도 있다. 그럼 여행 계획이 다 틀어지기 때문에 남편은 국경 심사 내내 긴장했다.
우리가 가진 서류에는 문제가 있었다. 자동차 등록증이 있어야 되는데 자동차 등록증 신청서만 가지고 있었다. 남편은 더 긴장했다. 국경사무소 직원이 질문을 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남편을 보고 내가 말했다.
"여보, 진정해요."
나보다 스페인어를 훨씬 잘하는 남편이 직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나는 스페인어 실력보다 눈치력이 남편 보다 한 수위라 얼른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아까 받은 종이 주라고 하네요."
다행히 칠레 출국 심사는 무사히 통과했고 아르헨티나의 입국은 좀 복잡하긴 했지만 가지고 있는 서류로 직원들이 확인해 준 덕분에 통과할 수 있었다.
출입국 심사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나중에 알았다. 칠레도 그렇지만 아르헨티나도 오후에 사람들이 많이 움직인다는 것을. 나중에 칠레로 돌아올 때는 꼭 오전에 국경을 통과하기로 다짐했다.
저녁을 아사도로 든든하게 먹었다. 내일 있을 7개의 호수 투어와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바릴로체로 떠나는 여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체력이 소진되지 않도록 우리는 무조건 일찍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