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좀 외롭다.

슬프지는 않아요

오늘은 남편과 즐겁게 골프를 쳤다. 남편과 싸우지도 않았고 몸이 힘들지도 않다. 지금 걱정거리는 내일 아침 아이들의 도시락 반찬 정도. 아이들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나는 글을 쓰고 남편은 책을 읽고 있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 남편과 나는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은 돈 걱정도 몸이 아픈 가족도 없다.


자기 전에 나는 조금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아침이겠지.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겠네.'

'새 학기가 시작되어 다들 정신없겠네. 지금은 연락하기 힘들겠다.'

'내가 뜬금없이 연락하면 놀라지 않을까?'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려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멈칫한다. 연락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들을 찾아봐도 편한 마음으로 안부를 물을 사람이 없다. 나 인생을 어떻게 산 거지.


친정부모님과 연락을 끊은 지 10개월이 되어간다. 부모님과 연락하고 지내지 않아서 외롭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니다. 예전처럼 잘(?) 지냈다면 나는 여기서 더 외롭고 힘들어졌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은 부모님과 거리를 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내 인생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나의 우울증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친정 오빠, 언니와는 가끔 연락하지만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상처 덩어리들 같다. 각자 나름의 방어기제를 활용하여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오빠는 분노로 언니는 회피로 나는 억압으로. 서로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 미울 때가 많았지만 요즘의 나는 우리 남매에게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주 싸우는 부모님과 같이 사느라 다들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거라고. 오빠도 짠하고 언니도 짠하고 나도 짠하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먼저 연락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겠다. 부모님이 아프다고 해도 그것을 핑계로 관계를 회복하고 싶지 않다. 단란한 가정에서 자라는 게 꿈이었지만 그 꿈은 이제 무너졌다. 내 가정을 단란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처절하게 더 부서져야겠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 여기에 적었다.

이제...나는...


컵라면을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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