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내자리야! (자율좌석제, feat.스마트 오피스 이야기)
업무환경의 변화, IT 기술의 발달, 공간효율에 대한 니즈와 함께, 스마트오피스를 활용한 '자율형 좌석' 이 본격적으로 도입 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부작용을 호소하며 다시 고정형 좌석으로 돌아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정화 되어 가는 좌석, 원하는 직원 찾기 어려움, 개인 사물 옮기기의 번거로움 등 이유는 다양했다. 그럼에도 자율형 좌석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좌석 형태는 직원들의 업무 방식과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며 결국 이러한 요소들은 기업문화와도 직결된다. 이번 시간에는 자율형 좌석과 고정형 좌석의 장단점, 그리고 성공적인 자율형 좌석 도입을 위한 몇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 하고자 한다.
이전 글에서 소개 한 바 있는 M사의 사옥 이전 프로젝트의 미션 중 하나는, 사옥 면적은 줄이면서 자율형 좌석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오피스를 구축 하되, 만족도는 높이는 것이었다. 애당초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 미션을 받아 들고서 큰 고민에 빠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율형좌석은 흔치 않은 형태였고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어진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 자율형 좌석을 도입했후에 혹시나 좌석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결국 좋아지는 건 회사의 비용 절감 뿐인것 같다.
그러던 중, 한 공간 디자인 컨설팅 업체에서 함께 해보고 싶다는 제안이 와서 함께 스마트 오피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사무실 공석과 미팅룸 이용 현황 조사>
가장 먼저 진행 한 것은 공간 이용 현황 분석이다. 직원들이 본인 자리에 착석해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전체 좌석수 대비 평균 착석률이 얼마나 될까? 사옥이전 이전의 사무공간은 전용면적 750평, 사옥이전 할 곳의 전용면적은 410평, 거의 절반이 줄어드는 수준이었다. 이것이 과연 현실성 있는 것일까? 담당자인 본인필자도 확신이 없었던 터라, 이 과정은 정말 중요 했다. 20분 단위로 미팅룸과 좌석의 빈자리를 측정했다. 당시만 해도 사회가 스마트하지 않았던 터라 직접 모든 자리를 다니며 측정했다. 결과는 다소 놀라웠다. 미팅, 휴가, 출장 등의 사유로 발생한 공석으로 인해 조사기간동안의 착석율은 약 60%에 불과했다. 반면에 미팅룸은 피크시간대 대부분 이용 중이었고, 6인 미팅룸 이용율이 가장 높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간 배분을 결정 하였다.
<제3의 공간 디자인>
자율형 좌석에 대한 공간을 구성하며 레이 올든버그는 제 3의 공간이론(Third Place Theory)을 적용 하였다. 그 이론에 따르면 가정(제 1의 공간)과 직장(제 2의 공간)외에 사람들이 사외적 상호작용을 통해 편안함과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제 3의 공간의 개념에 대해 나온다. 결론적으로 카페, 공원, 도서관, 커뮤니티센터 등 본인이 선호하는 형태의 공간에서 업무를 진행하면 좀 더 집중도가 올라가서 업무 효율도 향상 된다는 이론이다. 간단히 이야기 하면, 스타벅스에서 업무 효율이 나오는 사람, 출장중 비행기 안에서 글이 더 잘써지는 사람, 화장실에서 집중이 잘되는 사람 이 있다는 뜻이다. 화장실에 책상을 설치 할 수는 없으니 사무공간 내, 카페 같은 공간, 차음이 잘 되는 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업무공간을 창의적인 인테리어와 함께 조화시켜 보기로 했다.
<업무 혁신>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혁신이 필요한 업무 부분도 있다. 신경쓸게 너무 많다.
1. 전자문서 시스템 도입
고정된 자리가 없기에 서류보관도 매우 제한적이다. 의사결정을 아직도 서류로 해야하고, 법적으로 불필요하게 서류를 보관하는 문화가 있다면 전자문서 시스템 도입은 필수다.
2. 고성능 랩탑 지급: 데스크탑 이용 유져에게 설문하여 업무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의 랩탑을 제공 하였으며 또한 별도 서버를 구축하여 원격으로 업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하였다. 서버는 사내가 아닌 외부에 구축했다.
3. 클라우드 프린팅 : 언제, 어디에서 인쇄를 걸어도 사내의 원하는 복합기에서 내용물을 인쇄 할 수 있는 시스템. 나의 자리가 정해지지 않았다는건 프린트 위치도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이를 커버 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프린팅 시스템을 적용 했다.
4. 예약시스템과 Rule
본인이 하룻동안 사용 할 자리를 예약하고, 그 자리를 다른 직원들이 볼 수 있는 툴을 마련한다면 한층 효율이 올라간다.
- 자리 예약 시스템 : 자리를 예약하고 이용 가능한 시스템. 클릭, 혹은 도킹의 형태로 예약이 가능하다.
- 자리 현황 확인 시스템 : 빈 자리, 특정 직원이 앉은 자리를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
- 전자 명찰 : 자리 도킹 시, 도킹한 직원의 이름이 명찰에 나와서 이용자를 표시 한다.
일단 시스템이 세팅된다면, Rule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선호하는 자리와 출근 시간에 따라 자칫 자리가 고착화 될 수 있다. 이 경우, 공간 디자인의 의미가 사라 질 수 있기에 자리 관련 룰을 시스템에 적용 하여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5. 네트워크
- 고정데스크 : 유선 랜을 설치해서 Docking 시, 예약시스템에 자동 등록 되도록 하였다.
- 그 밖의 업무공간을 자유롭게 활용 할 수 있도록 무선랜도 넉넉하게 세팅했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
자율형 좌석제 도입 시, 직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필자가 경험한 한 임원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뭐 있나? 그냥 책상 하나만 주면 알아서 쓰겠지' 라는 분이 있었다. 누가봐도 실패할 관상이다. 자율형 좌석을 하던, 고정형 좌석을 하던 성공의 키워드는 의외로 심플한데 바로 '경청'이다. 피터드러커, 에드가 샤인, 스티븐 코비등 수많은 각 분야의 대가들이 강조한 바로 그 경청. 이미 성공사례를 이룬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이요, 실제 사용자인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환경의 큰 변화를 맞이하는 직원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래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편의를 생각하여 적용한 것들을 소개해 본다.
- 번호키 사물함 : 개인 사물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 편의를 위한 시설이기 보다는 필수에 가깝다. 열쇠는 분실이 잦아 번호키 사물함을 선택했다.
- 도킹 시스템 : 한번의 연결로 모니터, 네트워크, 자리 로그인 까지 가능한 장치.
- 모니터 암과 모니터 : 작은 랩탑 화면이 답답한 직원들을 위해 모든 좌석에 모니터를 기본으로 배치. 책상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니터 암을 설치. 더블모니터를 설치한 자리도 일부 배정 했다.
- 부서 물품 수납공간 : 부서별 공용 물품을 보관하는 공간. 사무공간 보관, 창고 보관 가능 물품을 나누어 적용
- 커피머신과 토스터기 : 빵과 커피향 가득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서로 우연한 만남을 가지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커피머신, 그리고 죽은빵도 살려 낸다는 발뮤다 토스터기를 구매, 잉글리쉬 머핀과 버터, 잼을 상시 구비하였다.
<직원들의 인식 변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의외로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 '회사에 이제 내 자리는 없어 지는구나' 이러한 인식을 '이제 사무실 내 모든 공간이 내 자리구나' 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설득의 과정을 위해서라도 제 3의공간 디자인의 적용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또한,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더 나아질 업무 환경에 대해 직원들이 머릿속에 상상하며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과정도 필수다. 도입 이후에는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유기적으로 환경을 변화하는것도 좋을 것이다. "여러분의 자리가 사라지는게 아니라, 회사 내 모든 공간이 여러분의 자리 입니다! "
<결론>
이것들만 잘 하면 자율형 좌석제 문제 없을까? 회사의 공간 문제를 장및빛 미래로 물들일 수 있는가?
사실 엄연히 업종상 특징과 기업문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타 회사 총무 담당자 중, 어느날 갑자기 임원이 '우리도 자율형 좌석제 한번 해보자' 하시며 호기롭게 시작하였으나 결국 직원들의 반대로 고정식 좌석으로 돌아 갔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정감 부족이었다고 한다. 매일 다른자리에서 일해야 하는 직원들은 불안감과 귀찮음에 시달렸다.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일을 해야 효율이 오르는 부서가 많은 회사여서 업무의 능률도 떨어졌다고 한다. 또한 외근이 거의 없는 회사라 상시 자리 점유율도 높았고 인기 많은 자리는 항상 거의 동일한 직원들이 차지하여 고착화 되었고, 퇴근 시 개인 물품을 두고 내일 자리를 미리 맡아 주는 직원까지 생겼다고 한다. 또한 보안과 기밀유지가 필요한 업무가 필요한 직무가 많았으나 이 부분에도 취약성이 보였다고 한다. 완전 종합 선물세트다.
일반적으로 Harvard Business Review (HBR),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등에 따르면 자율형 좌석이 맞지 않는 업종으로 보안과 기밀 유지가 중요한 금융업과 법률서비스, 고정된 팀워크와 협업이 중요한 R&D 분야, 제조업, 의료분야, 과학 실험실 등을 나열 하고 있다.
결국 자율형 좌석제(스마트오피스)는 유연성과 협업을 촉진하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기업 문화와 업종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도입 전, 충분히 사전 검토하여 우리 회사의 문화, 업무방식과 Fit 한지 사전 확인 후 도입 여부를 결정 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