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낀 세대'의 윅를 '실행의 엔진'으로 바꾸는 독립 기업 리허설
2025년 봄,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형, 나 회사에서 정리 대상 1순위래”
그는 20년차 중간 관리자였다. 팀장을 거쳐 본부장까지 올랐다. 성실했고, 조율을 잘 했고, 팀의 신뢰도 두터웠다.
그런데, 회사는 그를 “병목”이라고 불렀다.
전화를 끊고 나는 오래 생각했다.
현재 고용 시장은 얼핏 보면 경기 사이클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역할의 해체에 가깝다.
불황이 길어지고 AI가 조직을 경량화하면서, 기업이 가장 먼저 의심하기 시작한 존재는 ‘중간 관리자’다.
예전에는 중간 관리자가 조직의 윤활유였다. 위에서 내려온 결정을 아래로 번역하고, 아래에서 올라온 현장의 신호를 위로 정리해 전달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AI가 “정리”와 “번역”을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자, 중간 관리자는 순식간에 병목으로 재해석된다.
특히 이른바 ‘낀 세대’ 리더에게 이 변화는 더 날카롭다.
위로는 여전히 권위와 정치의 문법이 작동하고, 아래로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새로운 실행 문법을 들고 온다.
중간에 낀 리더는 매일 ‘조율’에 시간을 쓰지만, 시장은 조율을 성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 순간부터 경력은 자산이 아니라 비용이 된다.
“경력이 많다”는 말이 “결정이 느리다”는 의심으로 번역되는 시대다.
나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 지사장으로 일하던 시절, 나 역시 ‘관리’의 문법으로 성과를 증명해왔다. 하지만 독립 기업가로 홀로서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광야에서는 관리의 문법이 통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단 하나,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물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리더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조직 밖에서도 통용될 압도적 결과물을, 지금 당장 혼자 만들 수 있나?”
이 질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리더는 많지 않다.
다만, 여기서 갈린다. 움츠러드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실행하는 독립 기업으로 피벗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내가 관찰한 전환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이들은 더 이상 “나는 관리자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실행하는 사람이다”로 정체성을 다시 정의한다.
그 전환을 가능하게 만든 도구가 AI다. AI는 이들에게 ‘신기술’이 아니라, 잃어버린 실무 근육을 복원하는 지렛대다.
더 정확히는, 조직 안에서 익숙해진 “지시-검토-승인” 루프를 끊고, “직접 만들고-테스트하고-반복하는” 루프로 돌아오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AI를 잘 쓰는가’가 아니다. AI로 인해 실행의 형태가 바뀌었는가다.
이제 사례를 보자.
이들은 단순히 일을 빨리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독립 기업형 실행가”로 재구성했다.
사례 1. 분노에서 시작된 ‘바이브 코딩’ - 박용규 실장의 지능형 워크플로우
박용규 실장은 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국회라는 전쟁터에서 오래 일했고, 지금은 뮤직카우에서 실장 역할을 맡고 있다. ‘대관’과 ‘정무’의 세계는 정보량이 무자비하다. 매일 수백개의 기사, 수천 개의 정책 신호가 쏟아진다. 이 세계에서 문제는 늘 같다. 정보가 아니라 시간이다. 정보를 읽고, 분류하고, 요약하고, 의미를 뽑아내는 데 사람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가 코딩이라는 낯선 세계로 들어가게 만든 것은 열정이 아니라 분노였다고 한다.
“왜 나는 아직도 이런 일을 손으로 하고 있지?”
“왜 누군가에게 요청하고 하루를 기다려야 하지?”
이 분노는 중요한 신호다. 변화는 낭만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개는 ‘내가 더 이상 이 방식으로는 못 살겠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된다. 그는 코딩 문법을 외우는 대신 AI에게 로직을 설명하고 결과물을 뽑는 방식,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핵심은 ‘개발자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가 만든 “GQ AI”와 같은 뉴스·정책 정보 분석 플랫폼은 상징적이다. 단독 뉴스를 일정 주기로 추적하고, 입법 예고와 정책 자료를 요약하고, 기업에 미칠 영향을 구조화해 보여준다.
과거라면 팀을 꾸려야 했을 일을, 그는 AI 파트너와 함께 혼자 해낸다. 여기서 그가 얻은 진짜 성과는 ‘효율’이 아니다. 조직이 사라져도, 직함이 사라져도, 내가 가진 시스템으로 시장을 읽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이게 바로 ‘실행하는 독립 기업’의 근육이다.
관련 영상: 타임즈TV - 박용규 실장 인터뷰 : https://www.youtube.com/watch?v=G8Bw9eMs2ms
사례 2. 부끄러움이 낳은 ‘레고형 자동화’ - 이제현 실장의 실천적 AI 전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이제현 실장(에너지AI·계산과학)은 다른 결의 사례다. 서울대와 비엔나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자이자, 삼성전자 연구소 경험도 있는 사람이다.
흔히 이런 프로필을 보면 “이미 완성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새로운 분야의 논문을 앞에 두고, 무력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나는 이 고백이 중요하다고 본다. 진짜 성장하는 사람은 “나는 된다”가 아니라 “나는 부족하다”를 정확히 본다. 그리고 그 결핍을 숨기지 않고, 도구로 해결한다.
그는 5일 안에 20편의 논문을 읽어야 하는 미션을 받았고, 그 불가능한 과업을 AI로 뒤집었다. 텍스트 마이닝과 자동 요약을 활용해 수천 편의 논문을 분류하고 요약해, 오히려 조직이 놀랄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여기서 그의 전략은 거창한 개발이 아니라 '레고형 조립'이다.
챗GPT, 구글 번역기, 스크립트 기존 도구들을 연결해 자기만의 '지능형 연구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이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전문가의 깊이는 AI시대에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AI와 결합될 때 폭발한다. 핵심은 “전문성 + 시스템”이다. 이것이 결합되면, 한 사람은 조직의 속도를 바꿀 수 있다.
•관련 영상: 티타임즈TV - 이제현 박사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vq5mTwRjikQ
박용규 실장과 이제현 실장의 사례는 서로 배경이 다르다. 한 사람은 정책과 정보의 전장에서, 다른 한 사람은 연구와 지식의 전장에서 싸운다. 그러나 결론은 같다.
그들은 "이건 주니어의 영역"이라고 선을 긋지 않는다.
“내가 직접 하는게 속 편하다”는 말로 비효율을 합리화하지 않는다.
조직의 자원을 활용해 AI 기반의 ‘지능형 아웃소싱’ 시스템을 만들고, 스스로 결과물을 생산한다.
그리고 이것이 결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있다. 독립의 조건이 바뀐다. 예전에는 독립이란, 용기와 인맥과 약간의 자본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AI 시대의 독립은 그 위에 하나가 더 붙는다.
‘나만의 실행 시스템’이 있는가다.
낀 세대의 비애는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의 몫이 된다. 반대로 AI를 도구 삼아 실행의 전장으로 복귀한 리더에게 40대와 50대는 “내리막”이 아니라 “재전성기”가 된다.
이제 당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기준은 하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부리는가가 아니라,
당신이 구축한 지능형 시스템으로 얼마나 큰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조직 안에서 이 전환을 해내는 것.
그것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독립 기업 리허설’이 된다.
당신은 지금, 관리자인가? 아니면 실행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