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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영 Oct 31. 2022

말하기에 자신 없는 누군가에게

말하기. 생각을 소리의 형태로 끄집어내는 것.


삶에 있어 너무나 당연한 행위지만, 의외로 이것에 자신 없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공적인 자리에서의 의견 피력뿐만 아니라 사적 관계에서의 의사 표현도 마찬가지. 누군가에게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주변에도 다양한 ‘누군가’가 있다. 농담할 때는 여포가 따로 없으나 공적인 자리만 가면 쭈그리로 돌변하는 친구. 말보다는 글이 편하다며 작은 일도 전부 메일로 처리하는 직장 동료. 가족이나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음에도 정리가 되지 않아 망설이는 지인까지.


그런 그들이 간혹 가다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딱히 내가 달변가라서는 아니고,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 말하기 능력치의 변화가 크지 않아서 정도인 듯싶다. 아무튼 그럴 때면 나는 그들에게 대충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첫째, 연습해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라.


뻔한 소리일 수도 있으나, 면접 준비 외에 일상에서의 말하기를 제대로 연습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별로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는 지금도 누군가에게, 직장 상사든 친구든 애인이든 간에, 정확한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생기면 연습한다. 나의 언어를 정리하고,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며, 대답을 고민한다. 그러면 좀 더 정돈된 표현이 가능해지고, 돌발상황이 생겨도 수습할 여력이 생긴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일방향 소통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예상하여 연습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와의 대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 한두 번 소리 내어 연습해보면, 나중에는 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약 본인이 이런 경험이 없다면, 당장 시도해보자. 꾸준한 연습에도 안 되는 일, 세상에 별로 없으니까.


둘째, 무시해라. 상대는 괴물이 아니다.


이건 낯선 공간, 낯선 사람 앞에만 서면 바짝 긴장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나는 예전부터 면접을 볼 때나, 어딘가에서 발표나 사회 등을 맡을 때면, 의도적으로 청중을 무시했다. 정확히는 ‘상대의 위치나 신분 따위를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인 것이다.


막말로 당신 앞의 면접관이 면접장에서나 면접관이지,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동네 아저씨, 아줌마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울 수 있다.


상대가 만들어 놓은, 이미 형성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한걸음 떨어져 마치 지인에게 썰 푼다는 기분으로 말하기에 접근해보자. 어차피 상대는 당신이 어떤 해괴한 생각을 하고 있든 알 길이 없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내용인데,
‘끝까지 말하는 습관’을 가져라. 중간에 멈추지 말고.


지난 일주일을 돌이켜보자.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특히 친구들과 대화할 때, 말을 끝까지 한 적이 얼마나 되는지. 이야기를 꺼낸 원래의 목적과 기승전결은 무엇이었는데, 실제로 본인의 입 밖으로 나온 내용물은 어땠는지 따져보자.


아마 십중팔구는 말을 끝까지 한 적이 별로 없고, 원래의 의도대로 진행된 적도 거의 없을 것이다. 말을 중간에 잘라먹거나, 경청하지 않는 상대의 탓도 있겠으나, 말하던 중 이야기의 방향을 잃거나 내용을 까먹어 버리는 본인의 탓도 분명 클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후자를 고쳐야 한다. 말하기에 자신감이 생기려면, 일단 콘텐츠를 완결할 수 있는 능력부터 갖춰야 하니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의 파편들을 일렬로 나열하여 줄줄이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본인이 논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꼭 이 방법을 실천해보자. 그것이 농담이든 진지한 이야기든,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완주에 도전해보자. 한번, 두 번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결승점을 통과해낸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말하기도 운동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독서를 하고 스피치 학원이라도 다녀 기초체력을 튼튼히 길러놓았으면 좋았겠으나, 이제와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러니 매일 혼자서는 홈트레이닝을, 주변인을 상대로는 실전과 같은 스파링을 뛰어야만 하는 것이다.


고로 당신이 말하기에 자신 없는 누군가라면, 위의 세 가지를 반드시 실천해보길 추천한다.


잘 준비된 말을, 눈치 보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하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아주 미약한 변화라도 느껴보기 바란다. 그게 시작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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