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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 Odyssey Jul 08. 2020

그릿 'Grit'에 대한 생각 - 삶을 바꾸는 원동력

잘 아는 분과 나의 이야기

나에게는 어릴적부터 각종 콜렉팅(수집)에 대한 좀 강한 집착이 있긴했고

예시 ) 크리스마스 씰, nba 카드, 포켓몬 (...) 스티커, 따조, 나중엔 만화책, 패키지 게임 등


나중에 커서도 여전히 보드게임/패키지 콘솔/디지털 라이브러리 - 전자책, 음원, 아티클 등의 

자료 형태의 수집 욕구는 꽤 있는편이긴 했다.


비교적 최근(~2015)까지 수집욕에 열을 올렸던건... TCG 기반의 온라인 듀얼 배틀러인

세가의 '삼국지대전3, 4' 아케이드 게임 시리즈였음 (이걸 하고싶어서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닌 나...)

카드를 모아서 덱을 짜고 대결을 하는 구조인데, 1:1 대결을 티어 별로 매칭하는 방식이라

'팀운'에 승패가 상대적으로 좌우되는 롤(LOL)보다는 솔직히 훨씬 더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케이드(오락실)에 가서 생각보다 비싼 플레이 비용을 내야했고 일어+한자를 어느정도 해석 할 수 있어야 플레이가 가능 했기에, 일반 유저의 접근성/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서 흥행 측면에서는 완패한 케이스.


그런데 이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나는, 못읽는 일어를 통 암기로 메우고,

처음엔 안되던 컨트롤도, 외국 고수들의 플레잉 영상을 찾아보고

콘솔 게임 버젼으로 나온 이 게임을 별도로 구해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연습한 끝에....

처음 시작했을땐 오래 즐긴 게이머들에게 상대가 안되던 왕초짜에서, 대략 1~2년 뒤에는

세가 주최 공식 국내대회에서 한번은 16강, 그 다음번엔 준우승까지 달성했다.


관련해서는 텍사스 홀덤이나 전략 보드게임에 대한 내 애정과 관심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게,

어느정도 베이스가 받쳐주는 재능러들도, 고인물들의 벽을 만나면 빠르게 좌절하기 마련인데,

결국 살아남아서 끝까지 가는건 'grit'을 가진 노력형 재능러들이 결과적으론 훨씬 많이 남았다.


> 범재가 천재를 따라잡으려면 천재가 벽을 만나 좌절할때까지 존버하라는 어떤 글이 생각나는 부분.


내 경우는 수십번 꼴지해도, 꿋꿋하게 다음주에 또 한겜 ㅎㅎ 을 외치는 근성이 있는 편이 아닌가 싶다.

사실 그런 근성이 있으니 계속 스타트업을 다니고 싶어하고, 안주하는걸 싫어하기도 하겠지만서도...


사실 이건 그냥 '덕후 취미'에 대한 어떤 특정 부분이라서  좋은 Grit의 예시로 볼 수는 없다...


하여간에 이 그릿을 만들어낸 계기는 뭐였을까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나와 비슷한 하드웨어를 가졌으나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주변 분들의 얘기를 살짝 해본다.



1. 어릴적 만난 오래된 친한 친구로서,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는 몇 안되는 초/중딩 시절 친구인데

   나랑은 b급 감성의 취미가 잘 맞아서, 계속 반이 달랐던 중학교 시절까지도 종종 붙어다녔는데


이 친구의 경우 어릴적부터 사소한 부분에서 운이 참 좋았다. 본인도 운이 좋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수준인데, 실제로 꽤 좋아서.. 넘어졌는데 돈을 줍고, 목욕탕에서 금반지를, 먼 친척이 뜬금없이 게임기를 선물한다거나....


그리고 나와 친구의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시기였던 고등학교로 올라갈 시기  즈음에, 한창 '리니지1'이 대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이때를 계기로 이 친구와 나의 길이 좀 달라졌는데


소위 불운캐 였던 나는... 꽤나 노가다해도 변변한 장비도 없고 소위 노력에 대한 보답을 별로 받지 못하던 편이었다면 / 운좋은 이 친구는 빠르게 득템하고 '제련'을 통해 중딩 기준으론 꽤 목돈을 쉽게 만지는 리니지의 마수에 넘어가버렸던 것이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대구 지역에서는 가장 알아주는 대학교를 들어갔으니 큰 문제는 없었던 걸로...


> 이 시점에서 나는 약간 '노력으로 보답받는 성실성'을 삶의 기본 모토로 삼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스타에 빠졌던 고1 이후에는 약간 정신을 차리고  서울에서 컴퓨터공학도가 되는 걸 목표로 삼아서 나름의 반짝 공부를 했고 어느정도는 성과가 나왔음. 고1때 반에서 중간 밖에 못하다가 고2때는 전교 30등에는 들었으니...


다만..... 역시 인생은 무상하게도, 이 친구는 고향에 남아서 무탈하게 대학생활을 즐기다가 육군에 들어갔는데,

정말 아무런 빽도 없이 꿀 부대에 가고, 더 놀랍게도 상병 초에 왕고가 되서 꿀빠는 군대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


반면 카xx를 들어가서 꿀빨줄 알았던 나의 군생활은.... 2전투 여단 소속으로 일년에 100일은 필드에서 보내고, 바로 위 고참과 3주 차이가 나서 병장 4호봉까지 투고의 삶이었다-_-;;; 이 무슨;


졸업 시점에는 나는 운좋게도, it쪽 대기업 공채에 들어갔으나- 친구는 이때는 운이 잘 안풀린 케이스였긴 한데 그래도 뭐 널널한 우량 중소기업에 있다가 한전에 입사해서 별로 스트레스 안 받는 공기업 생활 중이긴 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돌아가신 가까운 친척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방의 땅이 재개발되서 억대의 세금을 냈고 누님분이 대구의 유지(라고 적고 부잣집!)의 장남과 결혼하셔서 떨어진 떡고물도 적지 않다... 카더라-_-;;;를..... 


 ...이때 또 한번 무상함을 느꼈다... 뭐 하여간에 여전히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준 건 없는 절친 사이.


이 친구를 보면서 반면 교사를 삼았던 적도 많은데, 기본적으로는 '운빨 망캐'는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꾸준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부분이었다. 사실인즉, 우리 둘의 타고난 '재능'은 크게 차이가 없었는데

내가 M클럽이라 부르는 '멘사' 시험에 둘 다 한번에 붙기도 했고, 어릴적부터 서로 맞대결을 하는 각종 취미 생활에서는 이 친구와 내가 크게 승률이 차이 나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 기본적인 하드웨어 능력치는 딱히 차이가 없는? 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만, 나는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공부를 어릴적 부터 했다면 (컴퓨터 학원을 다니고, 대회를 나가고, 자격증을 따고, 심화 교육을 받고...) 이 친구는 그냥 인생을 즐기며 운좋게 풀리는 현실에 안주했던 부분이 컸던 것 같고

뭐 결론적으로 본인은 만족 & 행복한 룰루랄라의 삶이라 그냥 성향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지금 같으면 사실 그냥 대구에서 공기업 다니면서 월세 저렴한 사택에 사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2. 그 밖에는 비교적 최근인 몇 년 전에 취미 생활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된 모 지인 분의 사례인데,

나와 생년월일이 똑같고 (== 공돌이 전문가로 살아야한다는 인생의 종합적 사주가 대략적으로 비슷하다는 뜻) 

서울의 S대학 학-석-박을 나오신분으로서, 학부를 졸업할 시점에 내 선택지 중에 '가지 않은 길'을 택하신 분임. 참고로 00년대 후반 시점엔 전~혀 유망하지 않아서 모두가 진학을 말리던....AI쪽 대학원 진학이었는데,

이게 한 2011년 중반쯤부터 빅데이터와 NoSQL, 하둡, ML이 확 뜨더니, 이 분이 박사를 마칠 시점쯤에는

이쪽 분야 몸값이 금값이 되버려서.... SV의 회사들이 서울대 박사들을 연봉 최소 2~3억에 모셔간다고 들었다.

(이 분은 순실 전자 장학생이셔서, 과장급 대우로 종기원에 들어가시긴 하셨다... 파트장 급에 성과급 40~50%를 더하면 첫 해 초봉이 이미 1억이 넘는걸로 알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일반 공채 직장 생활 거의 10년차인 내 연봉보다, 이 분의 첫 해 총 보상이 훨씬 더 높았던 셈... 당시엔 나도 SKP의 연 성과급이 거의 연봉의 30%였으니 결과적으로 두사람의 소득이 크게 차이는 안났던 것 같긴 하다....)


이걸 보면서, 물론 내가 SNU에서 진득하게 석박사를 마칠 수 있었을까?에는 짧은 내 학업적 성취와 맞물려서

좀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가지 않은 길을 과감히 갔어도 괜찮았겠다...라는 반면교사가 되었고 / 그땐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직장을 찾아보려는 내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저 선택이 더 옳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국내 생활 한정으로 - 최근 몇 년간 종종 만나서 얘기를 나눴을때는 서로간의 장 단점이 있는 것 같았다.

(이 분의 입장에서는 이미 사회경험을 쌓고서, 미들티어 관리자가 된 + 20대 후반~30초를 즐겼던 내 취미생활, 가정을 꾸린 부분 등을 꽤나 부러워하셨음) 


뭐 하여간에, 위의 사례들을 보면서 -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길을 갈 수 있는지를 보고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음.


> 결론 : 비슷한 하드웨어를 가진 이들의 인생에서 "Grit"이 주는 변화 요소는 아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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