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 스토리#02] 너희랑하면 잘될것같아

가사노동 스타트업 프리그


스티브(CEO)와 엔리케(CTO)는 오랜 '인연'입니다. 어떻게 살지 보다 하루가 즐겁고 부푼 꿈만 있었던 대학생 때 둘은 만났습니다. 써클, 오리엔테이션의 외국어에서 소모임, 새터와 같은 우리말로 단어를 바꾸자는 운동이 일었던 격변의 세기말 1999년이었죠. 스티브는 경제학과 95학번이었고, 기타 동아리 부회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엔리케는 기계공학과 99학번이 새내기였습니다. 스티브와 엔리케 모두 기타를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잡아본 적이 없었지만, 묵묵하고 꾸준하게 혹은 함께 연습한다면 실력이 늘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에 스티브는 워낙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기타 실력보다 인맥의 지층이 더 두터워졌고, 엔리케는 기타 실력이 늘어서 이후에는 기타 동아리 교육부장 - 새내기가 왔을 때 기타 레슨을 진행 - 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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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빛깔 무지개와 비슷하게 기타는 6줄로 되어있고 기타를 치는 사람의 손가락이 합쳐서 다양한 음색과 감정을 담아내게 됩니다. 그 둘은 기타 줄이 헤드에서 출발해 울림통 옆에 있는 종착역 브릿지까지 이어지듯, 동아리 선후배 관계를 지속해왔고 서로 대기업에 입사하며 가끔씩 소식을 듣곤 했습니다. 20년이 훌쩍 지나 이제 40대가 된 스티브는 기타 동아리 동기의 늦깎이 결혼식에 참석했고, 이제 40세가 된 엔리케와 조우를 했습니다. 1999년에서 2019년이 되었지만 20년의 간극은 기타의 마디처럼 친숙했고 울림통을 지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게 되었습니다. IT회사의 인사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스티브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말을 했고, 기계 공학을 전공했음에도 기타를 배우듯 묵묵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실력을 닦아온 엔리케는 동아리 선배로서의 오랜 믿음을 바탕으로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동질감이 들었습니다. 엔리케가 스티브에게 연락을 해서 사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국가의 창업 지원사업에 예비 창업자로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스티브는 오랫동안 전자기기의 중고 매매에 관심을 가져왔었고, 중고거래라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비즈니스 영역을 아이템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논의 끝에 중고거래 앱의 기획을 첨부해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기획에 머무른 시제품의 이미지, 시장 조사와 업의 목적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을 체감했습니다.


스티브: 아, 쉽지 않네, 앱도 좀 실체가 있어야 됐었고...

엔리케: 형, 그거 실체가 있어요.

스티브: 응? 짧은 시간에 그걸 만들었다고? 계획서에 추가할 걸 그랬다.


엔리케의 책임감을 익히 알아왔던 스티브는 그가 앱을 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18년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창업에 뛰어든 스티브는 상현동의 공유 오피스에 개인 사무실을 차리고 다시금 궁리를 시작했습니다. 엔리케도 함께 고민을 이어갔고, 준이 합류하게 됐습니다. 다시금 그들은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고민했고, 사업계획서를 구체화시키게 되었습니다. CEO, CTO, COO의 조합으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가느다란 기타 줄이 울림통을 만나 때론 웅장하고 마음을 두드리는 소리가 되듯이, 스티브의 말 한마디가 오선지의 낮은 음자리표처럼 묘한 당김이 있었습니다.


"너희랑 하면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 잘 될 것 같다."


물론, 입속의 혀처럼 내 바지 주머니 속 물건 꺼내기처럼 쉬웠다면 사업은 아니겠죠. 이제 기타의 음을 잡기 시작한 정도였으니까요.


- "프리그 창업 스토리 #03: 돈 많이 드는일 아닌가요?"는 다음 주 일요일(11월 7일)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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