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이 모였습니다. 궁둥이에 힘이 빡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였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모여서 흐지부지되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사실 저는 돈도 먹고 살만큼만 있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열심히 애써가면서 사는 게 마뜩지는 않았습니다. 갑자기 '사업'으로 저의 위치가 뚝 떨어지다 보니 두 가지 사항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첫 번째로, 과연 내가 사업에 어울리는 사람인가가 고민이었어요. 예전에 돌아가신 구본형 선생과 3박 4일 꿈벗이라는 합숙 모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좋아하는데, 인사 교육 직무는 괜찮고 영업직은 어려운 것 같다고 왜 그런지를 구본형 선생에게 물어봤었습니다. 그는 "인사와 영업은 목적하는 바가 달라서 차이가 있지"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조직 생활이 만만치 않다면서 조만간에 정리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는 "조직에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하기도 한데"라고 했었습니다. 그가 말을 쉽게 하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인사와 영업, 그리고 조직의 관리자가 되어가는 그 경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저는 거기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도 추천할만하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서 차이를 느꼈습니다. 물건을 팔거나 조직의 지시에 순응하는 것이 우선인 영업직과 조직관리자는 '내가 좋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이었죠. 직장 생활의 괴로움이기도 합니다.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회사를 차리고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돈을 벌 때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닌데 강권한다면 나에게 사업은 어렵다고 생각했거든요. 즐겨봤던 방송 중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도 가끔 "내가 먹는다 생각하고 만들면 좋지 않은 재료를 쓸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장님들을 보게 됩니다. 사업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 그렇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이끈다는 것은 참 내키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사업을 하고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던지 내가 쓸 요량이 생기지 않는데 권할 수는 없었습니다. 언제나 자아 성찰에 애쓰면서도 사업은 자기표현의 방식으로서 나의 선호를 타인에게도 유효하게 하려고 애쓰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회사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삶을 꾸려가길 원하는가의 가치관과 인생관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프리그의 "소셜 마더링"이라는 구호는 매력이 있었고, 그 구호 아래 저는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있으면 이 아이가 살아갈 곳은 어떻게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둘째, 사업을 할 수 있는 만한 여유는 있는가가 문제였습니다. 돈 문제였죠. 요식업계에서 5년까지 살아남는 비율이 5%남짓이라고 들었고, 사업에 성공할 확률도 그만큼 이었겠죠. 예전에는 대부분 자기 돈과 주위 사람 돈을 모두 끌어다 써서 집안이 풍비박산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수성가로 사업을 일군 지인은 '버스 탈 돈이 없어서 차가운 한강 다리를 2년 동안 걸어 다녔다'라고 했었고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손발을 비비고 다니며 영업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높이 사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저성장의 시대 새로운 사업과 기업의 등장이 국민 경제의 성장과 순환에 결정적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코로나로 전 세계적인 양적 완화 정책, 곧 돈을 푸는 통화정책을 쓰면서, 각 국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더불어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회사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까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의 채무는 개인과 기업의 채무와 달리 굳이 흑자 재정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라가 은행에 빚을 져서 돈을 공중에 풀게 되어 돈이 돌게 된다면 그만큼 GDP,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니까요. 우리나라가 GDP에서 국가가 집행하는 비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 유럽 50% 이상, 우리나라 30~40% - 가장 효과적으로 돈을 돌게 하는 방식이 기업의 일자리 창출로 급여를 지급하게 되면 그것이 소비로 지속 순환하게 됩니다. 국가에서 고용을 직접 늘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펼칠 수 있겠지만 그보다 기업에 그것을 맡기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자원의 회전에 효과적입니다.
스티브, 엔리케, 그리고 저는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돈이 많이 들고 혹여 집에 큰 일이라도 나는 것은 아닐까 내심 걱정했지만, 스티브(CEO)는 오랫동안 사업에 꿈이 있었고 펼쳐놓은 계획도 있었습니다. 이제 2021년의 첫 명절 설이 끝나고 났을 때, 얼음을 녹이는 고드름의 꾸준한 물줄기와 눈을 적시는 햇살이 조금씩 비치고 있었습니다. 카카오톡에서 세 명이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때에서 카카오톡의 단톡방 이름을 회사 이름 'FRIGG'로 바꾸었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에 '사업 실행'계획을 만들었고 어떠한 자금이 기다리고 있는지 리스트업 했습니다.
세 명의 시선은 국내 최대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예비창업패키지", "초기 창업패키지" 선발에 모아졌습니다. 과연 내가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나의 부족한 영업 능력은 정말 원하고 의미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자는 의지로, 그리고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고민은 다양한 우군을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바꾸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과 고용을 모두 실현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스타트업 육성사업은 저는 물론 프리그의 의지에 소중한 토양이 되어줄 것 같았습니다.
2021년 3월, 드디어 "예비 창업 패키지" 공고가 떴습니다. 카카오톡 메시지가 연신 울립니다.
프리그 창업 스토리 04 -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은 다음 주 수요일(11월 10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