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3년 차 육아 1년 차
토요일 오후 2시 20분에서 오후 8시 30분까지 앱 베이비타임에 모유가 없다. 아내가 6시간 동안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같은 직업을 가진 친구와 출산 후 첫 만남을 가졌다. 아이가 태어난 후 아내는 아이와 2시간 정도만 떨어져 있었을까? 일주일에 두세 번 요가 수업 가는 것 말고는 아이와 항상 붙어있어야 했다. 내가 "남편 육아일기"를 쓰면서도 마음 한편에 내가 육아를 전담하는 것도 아니라서 아내에게 미안한 구석이 있었다. 주말, 그리고 평일 저녁에 - 나름의 육아 퇴근 시간을 마음대로 선택하며 - 아이와 함께할 뿐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273일이 되어 9개월이다. 265일째는 지지대를 짚긴 했지만 꼿꼿하게 두 발로 서게 되었고, 이제는 물건이 떨어지면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 있는지를 찾으려 하는 인지적 연결망이 자랐다. 얼굴에 힘을 그득 주어서 두 발로 서는 모습을 아내와 장모님이 목격을 했고 나는 전해 들었다. 직접 봤다면 그 현장감과 피부의 감촉, 얼굴의 붉어진 정도는 말이 아닌 감정과 느낌으로 각인될 텐데, 그렇지 못했다.
아이와 성장과 맞물려 아이는 점점 엄마와 자기를 분리할 것이다. 거울상으로서 자신과 엄마를 구분하지 못하던 때에서 신체적 정신적 분리를 점점 거칠 텐데, 지금은 바로 그 한가운데 지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18개월 정도가 되었을 때 엄마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한단다. 아내가 처음 요가를 갔던 때 1시간 동안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발을 동동 구르던 때도 있었다. 엄마가 사라진 것을 아이가 알아서 인지 아이는 엄마를 찾을 수 없자 금방 울기 시작했다. 자신이 없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홍제천과 주변을 한 시간 동안 돌아다니다 요가에서 나온 아내를 만나기도 했다. 아이의 대책 없는 울음에 어떤 처방도 해결책이 없을 때, 그 울음은 다른 울음과 소리와 울림이 다르다. 이제 아이가 커서 엄마가 없이 2시간 정도는 지낼 수 있는 것 같았고, 오늘 몇 시간이 가능할까 가늠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아내가 나가고, 아이와 뒹굴며 놀다 이유식을 먹였다. 아이는 한 손에는 이유식 초기에 썼던 작은 숟가락을 쥐고 휘젓고 있다. 이유식용 의자에 아이를 앉히고 턱받이를 하고 아이에게 먹이려 한다. 컨디션이 그렇게 좋진 않았는지 두 세 숟가락 먹다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콧구멍이 보이도록 '으앙'하고 운다. 눈물이 툭 떨어진다. 아이에게 물이 든 빨대 컵을 건넨다. 물을 좀 먹였더니 얼굴이 편안해졌다. 다시 숟가락을 입에 가져간다. 작은 입술이 숟가락을 앙 문다. 숟가락 속에 이유식이 사라졌다. 세상의 모든 기쁨이 여기에 있다는 듯 나는 웃어대고 아이는 따라 웃던지 다시금 이유식 한 숟가락을 담뿍 먹는다. 이유식을 조금 남기고 아이를 거실 바닥에 앉혔다. 생일 축하 촛불 모양이 있는 소리 나오는 책을 연신 누르더니 아이가 개구리 자세를 하다가 엎드려뻗친 자세를 하고 엉덩이를 들고 무릎을 쭉 편다. 자기 나름의 근력운동을 한다. 그러더니 졸린 눈초리다. 내심 기쁜 마음을 감추고 아이를 둘러업었다. 아이의 왼쪽 얼굴이 내 왼쪽 목에 기댄다. 어느새 내 왼쪽 어깨로 고개를 떨군다. 아이의 오른팔이 아래로 향했다. 나는 무릎을 굽히고 바닥과 나란하게 아이를 눕힌다. 한 번에 낮잠을 성공했다. 이제 아내가 나간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나도 잠깐 아이 옆에서 잠이 든 것 같은데, 아이가 머미 쿨쿨 - 아이가 잘 때 움직여서 깨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 아이를 좁쌀이 담긴 천으로 아이를 감싸는 도구 - 을 벗어나려고 낑낑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내가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실 문을 살짝 열었다. 낮은 포복으로 따라오는 아이와 눈빛을 보며 변기에 앉았다. 아이가 깔깔대며 웃는다. 몇 분 뒤에도 화장실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가 쌌다. 마늘빵 같은 뜨끈한 똥을 쌌다. 부스러기가 엉덩이에 묻어서 물티슈로 닦아냈다. 화장실에서 샤워기로 엉덩이를 씻을 정도는 아니다. 기저귀는 팬티용으로 했다. 아이가 워낙 잘 움직여서 이럴 때는 팬티용을 써야 한다. 얼굴에 생기가 돈다.
바람을 쐬고 싶어졌다. 아내와 주말에 가끔 가는 커피숍을 가려고 준비했다. 아이에게 곰 모양 머리띠를 해주고, 양말을 신겨줬다. 요즘 좋아하는 쌀과자 떡뻥이 담겨있는 지퍼백과 조그맣게 잘라놓은 귤이 담긴 반찬통을 유모차 가방에 넣었다. 이미 유모차에 붙어있는 수납공간에는 물티슈, 휴지, 기저귀가 있다. 방풍커버를 씌우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가을의 정취가 느껴졌고 아이는 2시간이 되도록 울지 않는다. 이제 나도 육아적 역량을 갖춘 사람이 되는 건가 내심 보람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앉아있는 것도 커피숍 주인에게 미안하고, 호기롭게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와플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오늘 저녁 식사는 이것으로 마무리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먹는데 아이도 굶길 수 없어 떡뻥을 꺼냈다. 떡뻥만 먹으면 목마르니 물도 줬다. 잘 먹는다. 약간 몸을 늘어뜨리며 유모차가 지겹다는 신호를 보낼 때쯤 아이를 품에 안았다. 커피숍에서 혼자 벌떡 일어나 아이를 안고 테이블 주변을 돌았다. 요즘 귤을 아주 좋아하는데 귤 통을 꺼내어 아이의 입에 내밀었더니 이상하게 고개를 가로젓거나 고개를 뒤로 움츠린다. 느낌이 좋지 않다.
이제 7살이 된 아이 아빠인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서 동네냐고 물었다. 홍제동 맥도널드에서 딸과 있다고 한다. 곧 있으면 일하는 아내를 데리러 나간다니 잠깐 얼굴 보기로 약속했다. 남은 커피를 원샷하고 유모차를 끌고 홍제천을 걸었다. 약속 장소를 착각해서 친구와 조우를 하지 못했다. 가을, 얇은 파카를 입었더니 반팔 티 가슴 부위가 젖었다.
아내가 나간 지 3시간이 흘렀다. 아이를 노래가 나오는 놀이기구가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노래를 듣고 나는 벽에 기대서 책을 꺼냈다. 이제 아이도 있는데 책도 볼 수 있구나, 뭔가 성취감이 몰려오면서도 내심, 이제 해가 져가는데 아내는 안 들어 오려나,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홀로 육아 시간이 계속 기록 경신을 하고 있지만 나는 홀로 지속 육아시간의 원대한 목표를 가지지는 않았다.
아내가 신촌에 갈비를 먹으러 갈 곳이 없냐고 메시지가 왔다. 두 친구가 육아나 집이나 기타 등등 이야기 덩굴이 피어나서 원래 약속했던 장소도 가지 않고 커피숍에 앉아 세 시간째 얘기하다가 이제 배가 고파서 밥 먹으러 간단다. 구워주는 고급 갈빗집을 소개해줬다. 염치없이 "언제 와?"이런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 다행히 메시지를 나누는데 아이가 졸려했다. 두 번째 낮잠에 빠져들었다. 사진을 아내에게 보내며 고기 맛있게 먹으라고 했다.
아이가 잔다. 나는 책을 읽었다. 낮이 짧아졌기 때문에 이미 어둑한 집, 멀리 켜있는 화장실 불빛으로 책을 보다가 나도 졸렸다. 그러다가 아이가 깼다. 오후 7시가 넘었다. 5시간을 향해가는 홀로 육아 기록이다. 자다 일어났으니 컨디션이 좋겠지 생각했는데, 아이의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찾는다는 느낌이 든다. 밥인가 싶어 두 번째 이유식을 꺼냈다. 첫 번째 이유식 타이밍일 때는 아이가 턱받이를 입에 가져다가 물어나, 데운 이유식을 식히려 얼음을 받으면 그 소리에 기쁜 표정을 지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일단 먹여봐야지 싶었다. 서너 숟가락을 먹더니 아이가 고개를 젖히고 콧구멍을 보인다. 울기 시작한다. 그래 배가 좀 부른가 보다 싶었다. 다시금 귤에 도전했다. 귤은 오늘 실적이 좋지 않다. 냉큼 치웠다. 울음을 안 그친다. 내가 안아도 고개를 연신 두리번거린다.
엄마를 찾는 것이었다. 울음소리가 커진다. 눈물과 콧물이 터져 나온다. 내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가 눈물 콧물로 젖는다. 아내에게 7시 50분 넘어서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래도 와야 될 것 같네, 엄마를 찾고 있어. 울음에서 느껴지네" "엇 다행히 지금 나오는 길이야. 택시 탈게" 아이는 울음을 그치는 듯하다 다시금 울었고 그렇다고 기저귀를 갈기 위해 안고 있던 아이를 바닥에 놓을 수도 없었다. 아이가 눈을 거의 감은 채로 울다가 한 두 번 나를 봤다가 다시 운다. 꼭 소개팅에서 너는 아닌 것 같다는 얼굴을 하는 상대방을 보는 것 같았다. 박진영이 SM에 오디션을 보는데 춤에는 그렇게 감동하다가 박진영 얼굴을 보니 이수만이 지었던 표정을 말할 때 같은 얼굴을 했다. "영상 통화 시도해보자"라고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얼굴이 보여도 소용없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역시 시각도 시각이지만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생존을 위해 촉각과 후각, 청각을 먼저 발달시켰다. 어두운 밤을 다니던 약한 포유류가 청각과 촉각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의 목소리가 더욱 우렁차다. 부르짖는 것 같았다.
티셔츠가 왼쪽 오른쪽 어깨는 아이의 눈물 콧물로 젖고, 가운데는 땀으로 젖는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이야"라는 메시지가 올 때쯤 아이가 지쳤는지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아내가 왔다. 아이가 고개를 들어 아내를 본다. 얼굴에 아직도 울긋불긋한 울음 빛이 가득한데 갑자기 배시시 웃는다. 엄마 젖을 먹다가 장난을 친다. 저녁 8시 30분이 됐을 때, 아이가 토요일 아침 같은 얼굴을 한다. 야속한 녀석 같으니, 엄마는 엄마였다. 갑자기 허기가 져서 쿠팡 이츠로 먹을 것을 시켰다. 살이 늘어난다. 오늘 6시간의 홀로 육아기록을 세웠다. 5시 30분이 뿌듯했다면 마지막 30분은 난감했다. 부족함을 너무나도 느꼈다. 언젠가 오늘 하루가 기억이 날 것 같다. 기억보다 기록은 힘이 세기 때문에 272일, 그날의 육아를 새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