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마더링, 스타트업 프리그
스티브는 통장 금액을 사진 찍어 카카오톡에 올렸습니다. 물론 예창패의 지원 금액에는 집행 규정이 명시되어 있었고 정산 작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피땀 흘린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을 허투루 쓸 수 없는 일이죠. 든든한 지원책도 마련했으니 이제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인데요. 내년 1월까지 지원금 불법적인 활용 없이 성실히 중간 결산을 진행해야 하며, 끝까지 수료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후의 지원 사업에도 좋은 기록(reputation)으로 차곡차곡 만들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역시 스티브는 계획과 전략에 있어서 면밀히 준비했습니다. 물론, 그는 그런 계획을 세우다 보니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준'도 박사과정의 막바지 논문 심사 준비로 주말은 모두 반납했고, 통상 주중의 새벽 시간을 논문 마무리 진행 중이었습니다. 다행히 6월 말 논문 심사에 통과했고 7월 1일에는 논문 최종 제출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6.5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그 애씀이 어떻게 활용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의 스타트업 프리그 철학을 만드는데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이 가시화되자, 준은 또다시 새벽 시간을 활용하고 외부 강의, 컨설팅보다 사업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창패는 '법인 설립 전'의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창패 통과를 위해서는 '법인등록'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법인은 온라인이나 무형의 공간이 아니라 실체적인 장소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사무실의 위치를 정하고 그곳에 사무실을 만듭니다. 프리그는 '지역 공동체'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프리그 '업'의 개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가족을 넘어선 마을이 있어야 하고, 그 마을은 지역의 연결망을 통칭할 수 있습니다. 프리그는 '광교'를 먼저 요충지로 생각했습니다. 지역 선정의 다양한 이유는 이후에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물리적 공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물론, 사무실 임대도 법인 명의로 하려면 등록이 먼저입니다.
법인 설립은 예전보다 훨씬 쉽습니다. 인터넷 등기소의 법인등록이나 스타트업 법인등록 시스템에서 자격을 갖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감사의 명단을 적고 요구하는 서류와 내용을 첨부하면 됩니다. 법인인감을 만들고, 이사회를 구성하며, 법인 정관을 작성합니다. 온라인 시스템에서 법인 정관의 공통 사례는 있으나 특히 어떤 사업을 법인에 포함할 것인가는 주목할 내용입니다. 법인이 정관에 없는 사업을 하는 것은 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정관을 변경하지 않으면 관련된 매출이나 세금에 영향이 있습니다. 프리그는 소프트웨어 관련된 업과 확장 가능한 몇 개의 세부 업종을 선택했습니다.
6월 말, 법인이 탄생했습니다. 이제 가시화된 "법인등록증"이 나왔습니다. 사업자등록번호도 찍혔습니다. 법인 사무실을 보러 돌아다닙니다. 온라인 앱을 활용하다가 발품을 팝니다. 광교 호수공원은 예전에 원천 유원지로 불렸고, 쭉 둘러서 걸으면 1시간은 족히 걸리는 낭만적이고 고즈넉한 코스입니다. 요즘도 가끔 회사 동료들과 걷습니다. 사무실 계약을 합니다. 광교에 새롭게 올라온 주상복합 건물 중 행운의 7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스티브는 예전부터 온라인 구매, 중고거래에 실력자였습니다. 물건을 어디 뒀는지 자주 잊어버리고, 물건에 관심이 없는 준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스티브는 사무실의 가구 배치를 구상하고 필요한 집기류를 꼭 필요한 것은 새것으로 나머지는 중고로 구매했습니다. 제가 좋아한다고 '젤리'를 마구 구비했습니다. 냉장고에 음식이 쌓이고 사무실에 책상이, 조립된 의자가 놓입니다. 생각보다 물건은 힘이 셉니다. 절로 이 물건들에게 실망을 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건도 다 자기 자리가 있는 법이니까요. 사무실 문 앞에 프리그의 C.I. 명패를 붙입니다. 건물 로비 배치도에 프리그 이름을 새깁니다. 이름이 들어간 물건이 생기니 더욱 마음이 쓰입니다. 예전에 정한수를 떠놓고 빌던, 나무에 이름을 만들어 부르던 자연물 숭배의 '애니미즘'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제 회사의 그룹웨어(Groupware)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내 인트라넷과 같지만, 현재는 다양한 IT기업에서 이메일, 업무 게시판, 대화방 등의 서비스를 수수료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프리그는 이메일 서비스는 '카카오'를 활용하고, 그룹웨어는 '네이버 웍스'를 쓰기로 했습니다. 카카오 메일은 회사의 상호나 홈페이지 주소를 기반으로 도메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준'의 이메일은 jyp@friggtech.com 입니다. 카카오 메일을 쓰더라도 프리그테크로 연동되어 있습니다. 회사의 문서는 '구글 드라이브'를 활용합니다. IT 기술이 이렇게 무섭고 효율적입니다. 예전에 이런 IT 기술들이 없을 때, 어떻게 회사는 만들어지고, 그때부터 회사를 운영한 회사들은 또 어떻게 예전 정보를 현재 IT기술로 변환할 수 있었을까요. 수많은 서류더미를 보게 되면 그 시절의 문화적 양식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그런 물질들이 인간에게 가장 감정을 불러일으켜냅니다.
가장 가볍고 작은 종이, 그러면서도 이름값의 정수, 명함이 나왔습니다. 현재 내세울 것이라고는 창업자들의 경력뿐인 스타트업에서 창업자들과 회사명을 넣은 명함은 중요하죠. '준'은 게다가 사람들 만나고 상품을 소개하고 투자를 받는 일에 애쓸 것이기 때문에 명함은 중요합니다. 이후에 명함에 연관된 에피소드도 적지 않게 생겼습니다. 그룹웨어에 만들어진 이메일을 쓰고, 법인등록증의 회사주소를 씁니다. 개인 전화번호도 입력하고 그간의 부족하지만 살아온 궤적을 씁니다. 누군가 나를 한 번이라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속 주문 때문이죠.
임시 홈페이지도 만들었습니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철학 '사회의 엄마화, 엄마의 사회화'를 중심으로 프리그는 프리 허그와 같은 따뜻한 몸짓을 그려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울리는 사진을 넣고, 창업자들의 경력을 씁니다. 그리고 예창패에 선정되었다고 남깁니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이유는 "함께할 동료를 찾는 일"에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법인등록, 사무실 입주, 물건 구입, 명패 제작, 그룹웨어, 그리고 명함, 마지막으로 홈페이지까지, 프리그가 생각하는 사회의 변화에 함께 발걸음을 같이할 사람들을 찾는 일, 그것은 모든 물리적 실체가 사라지더라도 사라질 수 없는 기업의 핵심이었습니다. '우리의 동료가 돼주시겠어요?' 아마도 끝없이 해나갈 질문입니다.
창업스토리 07편은 다음 주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지난주 수요일에 스토리를 올리지 못한 점 양해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