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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스토리 08] 최소한의 회사는 무엇일까?

소셜 마더링 스타트업 프리그

첫 멤버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개발자로 함께하게 되었지만, 다른 하고 싶은 일이 꼭 있다고 해요. 족발 회식 때의 모습을 뒤로하고 그는 더 이상 프리그와 함께할 수 없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준'은 직접 개발자 미팅에 참석하지는 않고 코로나로 얼굴을 자주 못하지만, 그들의 수고가 피부로 느껴졌었습니다. 어느 정도 개발되었다는 CTO 엔리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앱 개발 리뷰 미팅을 할 때 많은 기능들이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프리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됩니다.


스티브의 오랜 인사 경력으로 다시금 개발자 채용에 성공했습니다. 스티브의 역할이 참으로 큽니다. 수 십여 통의 채용 관련 안내 메일을 보내고 면접을 진행합니다. 연봉계약서를 쓰고 근무요건 등을 조율합니다. 프리그에서는 근태보다는 근무가 중요합니다. 고전적인 용어로 들리겠지만, 근태는 노동의 태도를 의미하고, 근무는 노동의 결과를 의미합니다.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입니다. 어쩌면 더 빡빡한 업무 진행 방식일 수 있습니다. '준'은 새벽에 집중이 잘됩니다. 지금 창업 스토리를 쓰고 있는 것도 늦은 저녁입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밥을 차리고 아이를 보거나, 저녁 약속이 있어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새벽잠이 없어 새벽에 일어나 작업을 합니다. 합의된 목표가 있고 결과물이 있다면 몸은 자유로울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개발 전담부서가 된 개발팀은 멤버들이 서로의 역할을 맡아 매일 미팅과 회의를 반복합니다. 그들의 하루하루 경험이 관계와 실력을 두텁게 하기를 기원합니다.


과거 IMF 이후에 처음으로 국가에서는 전 국민 4대 보험을 의무화했습니다. 특히 입사의 필수 요건이 바로 고용보험, 기초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입니다. 기업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개념과 노동의 권력관계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기본권의 훼손을 막기 위한 절차입니다. 2차 대전 이후 서유럽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제시된 소위 복지국가의 모델은 '안전망'을 국가에서 책임지므로 굶어 죽지 않게 하고 살게 한다는 목표로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국가에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고, 그 복지국가의 모델이 그간 식민지 지배를 통해 잉여 이익을 쌓아온 서구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주장을 맞딱들이기도 합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프리그는 국내 법이 정한 바는 준수하되 어떻게 그 틀 안에서 멤버들의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회사에 함께 한다는 게 서로에게 어떻게 감사한 일이 될 수 있을까요? 감사 같은 오지랖은 차지하더라도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따로 또 같이 시간과 관계를 배열할 수 있을까요? 업무시간 이후에 연락은 하지 않습니다. 중요 미팅이 있을 때 시간을 미리 공지합니다. 호칭을 '님'으로 통일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크로스체킹을 합니다. 필요한 과제를 협의하고 완성했을 때는 나머지 시간은 자율에 맡기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익을 연봉으로 단순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프리그는 '엄마의 사회화와 사회의 엄마화'에 공헌하려고 합니다. 엄마의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 생명체가 사회적 존재로 자라나는 데 있어서 갖춰야 할 물질적 정신적 자원에 대한 제공입니다. 엄마의 역할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로 번진다는 것을 바란다면, 프리그 내부의 문화는 지원하되 최대한 관리하지 않아야 하고, 사람을 믿는 방법 말고는 다른 것은 없습니다. 한 사회적 인간이 자신의 일의 역량과 성과에서 작은 성공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고, 그 총체가 사업의 결과물로 드러난다면 이상적인 일 것입니다. 그 이상에 다가가려면 행동이 필요합니다. 서로 합의한다면 일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해야 합니다. 비즈니스의 어려움은 '시간'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아마도 최소한의 회사는 그 시간의 배열에 달려있겠죠.


다음 스토리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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