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받은 동전 한 닢
지갑 속에 남아 있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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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지갑 속에 남아 있는 동전 몇 닢은
그 나라를 기억하게 하는
가장 작고 단단한 기념품이다.
사진은 잊히고,
기억은 흐려져도
동전은 오래 남는다.
말없이.
그러나 그 동전이
한국에서 태어나
다른 나라의 이름을 달고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좀처럼 떠올리지 않는다.
나 역시 그 사실을
아주 늦게 알았다.
동전은 국경을 넘는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여권이 없어도
가장 자연스럽게 세계를 건넌다.
그리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의 손에 놓인다.
그 조용한 이동의 배경에는
기술이 있고,
신뢰가 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여행지에서 받은 동전 한 닢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다.
여행은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보지 못했던 것을
천천히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대개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2026년 2월 9일
-신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