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람들이 삶의 목표를 정하라고 했을 때 언제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어린 마음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는 행복이리는 가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채 기분 좋은 상태가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행복한 삶을 쪼개서 ‘행복한’이라는 수식어구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한다.
처음에는 웃는 표정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억지로 웃는 것이 행복인가? 물론 웃다 보면 행복 호르몬의 분비로 행복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내가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고 행복한 일을 하며 행복을 찾았다. 나는 주로 축구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했기에 어머님께 혼나가면서도 축구와 게임은 놓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정말 짧은 시간에도 할 때는 그런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축구와 게임이 참 좋았다. 물론 지금도 가끔씩 축구와 게임을 한다. 달라진 점은 행복이 그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휘발성이 강한지를 알기에 절제하에 조금씩 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나는 친구와 같이 있는 게 행복했다. 이건 최근까지도 이어진 나의 집착과 같은 행복이었다. 친구와 함께 노는 게 나에게는 천국이었고 친구 없이 혼자 노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지옥이었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연휴에 혼자 노는 걸 싫어했고 친구와 무조건 술을 먹거나 운동을 같이 했고 그건 나에게 나의 행복을 채우는 필수적인 요건이었다.
연애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른 남자들처럼 나도 연애를 항상 해오고 싶었고 없을 때는 그런 기회를 찾아보며 연애를 갈망했다. 실제로 성인되고 3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 이후에 1년 동안 3번 정도 더 만났으니깐 이렇게 보면 참 연애에 목숨 걸었던 것 같다. 신기한 건 이걸 통해서 항상 행복을 추구했고 그렇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웃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고 이는 나의 행복한 삶이라는 목표를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옛날에 생각했던 웃는 것이 행복이다의 차원에서 벗어나 나는 좀 더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랬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내가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편입을 준비하여 합격했을 때 들었다. 그 이후에는 내가 원하던 학교에서 와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최대한 많이 해보려고 노력했다. 친구도 최대한 많이 사귀어보고, 학교 내에서 하고 싶었던 동아리도 최대한 많이 해보고, 여자친구도 사귀어 보고, 국제대회도 나가서 공짜 해외여행도 해봤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며 참 멋있다고 얘기를 했고 그게 기분 좋았다. 그때는 참 많이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체력도 바닥이고 더 이상 행복하지도 않았다. 무언가 공허하고 내가 행복을 위해서 했던 것들이 나의 행복으로 이어지는가를 의심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친구를 더 사귀는 것도 꺼려지고 여자친구랑도 다투어 잦은 헤어짐을 겪었다. 이때는 내가 세상에서 외면받고 나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혼자 있는 게 더 편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함이 몸속 깊이 뿌리내렸다.
생각해 보면 나가 나를 위해서 시간을 투자한 적은 없었다. 항상 친구, 여자친구와 같이 외부의 요소가 많았고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라 나와 같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게 행복함이라고 느껴서였을 것이다. 근데 이 한없이 느껴지는 무기력함에서 나는 내 자신 안에서 피어날 수 있는 행복은 방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토록 나를 외면했을까? 결국 행복한 삶의 주체는 나인데.
이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나 자신을 가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면 내 주변 관계는 덩달아 좋아지는 것 같다. 나는 나를 위해서 책을 샀고 나를 위한 유튜브를 본다. 이제 매주 주말마다 나갔던 술약속을 다 취소한다. 그 친구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내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3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얘기하는 영상을 보았다. 나도 여행을 자주 가고 싶어 하고 많이 갔던 사람이라 유심히 보았다. 근데 나는 세계여행을 3년이나 가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 분이 여행 중에 느낀 외로움이나 무기력함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영상 마지막에 깨달았던 부분을 얘기하셨을 때 소름이 끼쳤다. 내 얘기였다. 항상 외부적 요소들로부터 행복을 채우려 했었고 그 외부적 요소의 행복이 진짜 행복이라고 착각을 했다. 그러나 진짜 행복은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고 외부적 행복은 그저 덤인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나는 발로 직접 뛰며 얻어온 행복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댓글에서는 여행도 일상이 돼버리는 순간 고통이 수반된다라고 했는데 이 말에 정말 동감한다. 어떠한 삶이든 일상이 돼버렸을 때 새로운 행복을 느낄 수 없고 이는 곧 외부적 요소로부터의 행복이 고갈된 것이다. 여기서 나가 내 자신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가에서 이때의 상황에서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나도 아직까지는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행복을 완전히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는 계속 노력할 것이며 이 과정조차도 나에게는 큰 기쁨을 주는 것 같다. 이렇게 내 생각을 정리하며 더 나아갈 방법을 찾아보는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가만히 있는 행복의 한걸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