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녀를 어떻게 건강하게 키울지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때로는 부부 사이에 양육 방식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부모 자녀 사이에 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모가 현재 어떤 양육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양육방식을 알아내고 확인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가 자녀를 양육할 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애정과 통제이다. 애정은 부모가 자녀를 얼마나 반응하고, 수용하고, 지지하는지와 연관이 있고, 통제는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얼마나 일정한 규칙과 기준을 설정했는지를 표현한다.
부모의 양육방식은 부모 또는 양육자가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나타내는 태도 및 행동을 말하며, 유아기의 훈육, 생활훈련 및 전반적인 유아의 행위에 대한 부모의 태도를 말한다. 유아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부모의 양육방식이다. 부모의 양육방식은 부모-자녀 관계의 질을 결정할 뿐 아니라 자녀의 지적, 정서적, 성격적 측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심리학자 바움린드 (Diana Baumrind)는 부모의 양육 방식을 바로 애정과 통제의 수준에 따라 4가지로 분류했다: 민주적, 독재적, 허용적, 방임적 유형으로 구분된다.
1)민주적 양육태도 (authoritative)
민주적 양육태도를 지닌 부모들은 자녀에게 온정적이며 자녀의 요구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녀에 대해 어떤 부분 허용적이면서 적절한 자율성을 인정하여 자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에게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며 자녀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 욕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가정의 의사결정에 자녀를 참여시킨다.
민주적 양육태도를 지닌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즐거우면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다. 이러한 유형의 부모 아래 자란 아이들은 독립심이 높고, 행복감이 높고,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기 조절 능력과 인내심을 갖고 과업을 수행하며, 학업성취가 높고, 부모에게 협조적이며, 부모의 입장에 대해 민감하며, 사회적, 도덕적으로 성숙된 인간으로 자라게 된다.
2)독재적 양육태도 (authoritarian)
독재적인 부모는 자녀에게 지나친 억압과 간섭을 하고 자녀의 요구에는 관심이 없다. 자녀를 대신해 모든 결정을 하고 자녀가 자기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의 복종 여부에 따라 애정과 관심을 보이며, 자녀가 말을 듣지 않으면 처벌과 강제적 힘을 행사하는 부모 유형이다. 부모가 지배적이며 자녀들의 자율성은 거의 인정하지 않아서 자녀가 자기표현과 독립성이 제한된다. 이러한 부모들은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호통을 치거나, 지시하고 비판하고 위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행복감을 갖기가 힘들고 항상 불안을 느끼게 되며, 결과적으로 낮은 자존감과 자기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 강한 분노와 반항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어릴 때 스스로 선택하고 탐색할 기회가 거의 없어 성인 초기에 정체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학교에서의 수행능력, 인기도가 낮은 편이며 공격성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3)허용적 양육태도
허용적인 부모들은 아이의 모든 행동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경우이다. 자녀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며, 자녀에게 집안일, 예절, TPO에 맞는 행동을 가르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대체로 매우 온정적이고 수용적이지만, 자녀의 요구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관심이 없어서 행동 통제를 거의 하지 않는다. 자녀가 그럴 능력이 없는 나이임에도 너무 많은 결정을 하게 한다. 그래서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원할 때 먹고 자고, 아무 때나 텔레비전을 보기도 한다. 이런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 양육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자신의 영향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허용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충동적이거나 불 복종적이고 반항적이기도 하다. 어른들에게 의존적이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참을성이 없고, 학업성취도가 낮으며,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학교에서 부적응, 약물 남용, 폭행 문제, 성 관련 범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절제가 없는 버릇없는 아이 (spoiled child)가 될 수 있다.
4)방임적 양육태도 (uninvolved)
방임적 부모는 거부적이거나 무관심한 양육방식을 보이며, 자녀의 의견에 대한 수용이나 통제는 없고 최소한의 관심만을 보인다. 이러한 부모는 자신의 생활에서 지나친 스트레스와 압력을 받아서 자녀에게 관심을 가질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어, 아이에게 거의 관심이 없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자녀의 요구에만 응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방임에 이르게 된다. 정서적으로 자녀와 거리감이 있고 우울감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방임적 부모 아래 자라난 아이들은 낮은 학업 성취도와 우울, 분노, 그리고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대인관계에서 누군가 관심을 보이면 의아애하며 회피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많은 부모에게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 그만큼 자녀를 사랑하고 아끼는 부모의 마음을 어느 문화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무자적 애정만 많이 쏟는다고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엄격한 규칙과 처벌을 한다고 예의 바른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바람직한 부모는 충분한 애정과 함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여유도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어려운 점이 바로 이 애정과 통제를 어떻게 적절하게 일관되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가치관과 관점을 가지고 아이를 양육하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규칙과 규율을 적용하기 마련이다.
부모 양육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경우에 이렇게 해도 될까요?”
사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 물론 안 되요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 다른 가정에서는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대답을 가장 많이 한다.
"부모님이 그렇게 했을 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고 아이가 자기나 다른 사람에 해를 가하는 일은 절대 못 하게 하셔야 해요.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괜찮아요."
예를 들어, 화장실이나 욕조가 아닌 곳에서 아이가 물놀이를 한다고 해보자. 바닥이 타일이고, 어찌 되었든 집안에서 물을 갖고 노는 것은 아이에게도 위험하고 집이 망가질 수도 있고 부모 입장에서도 힘든 놀이이다. 때문에 못 하게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고 또 에너지가 많아 아이를 쫓아다닐 수 있다면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양육태도에 대해 이해한다면, 양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부록에 부모 연습장 참고). 부모의 양육태도는 학자마다 관점과 기준도 다르고, 부모가 항상 한 가지 양육태도만을 취하지 않는다. 양육방법은 여러 가지 개인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많은 부모들이 동시에 다양한 양육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부모교육 수업을 듣거나 부모 양육 서적을 읽은 부모들 중 간혹 민주적인 양육태도와 허용적인 양육태도를 헛갈려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둘 다 기본은 아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에게 구분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자랄 때 부모님이 너무 강압적이어서 나는 내 아이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서 또는 많이 허용해주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잘못 이해해서, 엄마 또는 아빠가 혼자 아이를 기르는 경우, 부모가 둘 다 일을 해서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부모들이 허용적인 부모가 되기 쉽다.
허용적이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허용해주는 것,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허용범위가 너무 넓은 것, 또한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고자 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민주적인 부모는 허용적인 부모와 달리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사주지 않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으며,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권위적인 부모가 아이의 모든 일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형태를 띤다. 부모가 정한 울타리 안에서 아이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선택권을 주는 것이 바로 민주적인 양육방식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언컨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다.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많은 부분 책임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만 봐도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고들 하지 않는가? 여기서 문제는 보람되다고 느끼는 경우보다 힘들다고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특히 한창 자기주장이 세지는 나이의 아이를 통제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가 느끼는 보람은 배가 될 것이고, 나중에 후회할 일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