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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진 Apr 11. 2020

2. 내 아이 이해하기

- 2장 완벽하지는 않지만 좋은 부모는 될 수 있다(2)-

2장 완벽하지는 않지만 좋은 부모는 될 수 있다(2)




2. 내 아이 이해하기
 

                                                                                                  김예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첫걸음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의 나이에 맞는 발달과 타고난 기질에 대해 아는 것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할 때, 아이에 대한 잘못된 기대나 편협한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다. 


  기질 (temperament)이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정서적 특징을 의미한다. 기질은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적 바탕과 수태 후 임신 중에 받은 외부 환경적 요인이 합쳐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알려진 기질적 차이의 원인은 수태 시간에서 출생할 때까지의 정확한 시간, 유전인자, 성별의 차이, 임신 중 환경적 요소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그 나머지는 대부분 불분명하다. 


  기질은 개개인의 성격적 기초를 형성하는 핵심이며, 기질에 따라 사람이나 상황에 반응하고 조절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긴다. 기질은 태어나면서부터 비교적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성향이지만,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되기도 한다. 기질과 달리, 성격은 기질 (물려받은 특징)과 후천적으로 배운 사회적, 교육적 습관이 결합된 것이다. 


  아이의 기질에 대한 이론은 연구자마다 다르게 부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이의 활동 수준, 신체기능의 규칙성, 주의 산만성, 새로운 사물/음식/사람에 대한 접근성, 환경에 대한 적응성, 주의력, 반응의 강도,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자극, 불쾌 또는 즐거운 행동의 비율에 따라 기질을 평가한다 (부모 연습장 참고).  그 결과, 아이의 기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Thomas & Chess, 1977). 




 1) 순한 기질 (easy child, 40%)


  순한 기질의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수면, 음식 섭취, 배설 등의 일상생활습관에 있어서 대체로 규칙적이며, 반응에 대한 강도가 보통으로 나타난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업고, 낯선 사람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잘 접근하며,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높다. 또한 대체로 평온하고 행복한 정서를 가지고 있어, 부모가 키우기 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전체 유아의 40%가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순한 아이는 보호자의 말을 잘 따르는 편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주로 행동을 리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순한 아이일수록 부모가 아이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순한 아이는 투정이나 짜증을 덜 부리기 때문에 부모가 신경을 많이 안 쓰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아이를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 부모의 말을 무조건 잘 듣는다고 해서 건강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은 모험과 도전이 꼭 필요하다. 




2) 까다로운 기질 (difficult child, 10%)


  순한 기질의 아이와 정반대로,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생활리듬이 불규칙적이며 예측하기 어렵고, 환경으로부터의 자극이나 욕구좌절에 대한 반응의 강도가 강하다. 크게 울거나 웃는 등 강한 정서상태를 보여주고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보인다. 새로운 음식을 잘 먹지 못 하고, 낯선 사람에 대한 의심이 강하고,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도 늦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부모가 아이를 다루기 힘들다고 느끼고, 만일 부모의 방식에 아이를 억지로 짜 맞추려고 하면 부모-자녀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전체 유아의 10%가 이 유형에 속한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일수록 생활습관을 규칙적으로 맞춰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밥이나 잠에 예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인정해주되 (예를 들어, 음식의 특정 식감에 예민한 아이의 경우, 좋아하는 식감 위주로 음식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자체는 규치적으로 지켜주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는 만큼, 감수성이 매우 예민할 수 있다.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느끼거나 떼를 부릴 때, ‘넌 대체 왜 그래’ 보다는 ‘화가 많이 났구나’와 같이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보다는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가르쳐주어야 한다. 




3) 더딘 기질 (slow-to-warm-up child, 15%)


  더딘 기질의 아이는 쉽게 말해 천천히 발동이 걸리는 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황의 변화에 대한 적응도가 늦고, 낯선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점에서는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와는 달리 활동이 적고 반응의 강도도 약하다. 수면, 음식 섭취 등의 생활습관은 까다로운 기질의 유아보다는 규칙적이지만 순한 기질의 유아보다는 불규칙적인 경향을 보인다. 비활동적이며, 온순하고, 환경적 자극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반응을 보이며, 움츠러들고 부정적인 기분을 가진 채 새로운 경험에 서서히 순응한다. 


  부모가 성급하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거나 시키면 부모의 뜻대로 아이가 빨리 따라오지 못해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더딘 기질의 아이들은 강요를 받을 때 더욱 거부적이 된다.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처음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결국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내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처음에는 다 힘들어’라고 이야기하면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작은 미션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퍼즐놀이를 할 때, 모든 퍼즐을 맞추기보다 보호자가 일정 이상을 맞추고 4-5개 퍼즐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해,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이상의 세 가지 유형의 기질 집단들 중에서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들은 순한 기질의 아이들이나 반응이 느린 기질의 아이들에 비해 적응상의 문제를 지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일례로 한 연구에서는 까다로운 기질로 분류된 아이의 70%가 학령기에 문제행동을 보이는 반면, 순한 기질의 영아 18%만이 문제행동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응이 느린 아동들은 생의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까다로운 아동들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다. 그러나 반응이 느린 아동의 약 50%가 학령기에 적응상의 문제를 보이기 시작하고, 특히 적극적이고 빠른 반응을 요구하는 또래집단에서 문제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위의 세 가지 기질 유형에 의해 정확히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한 아이가 세 가지 기질을 다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한 기질 안에서도 아이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위에서 분류되지 않은 35%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어떤 아이는 잠은 너무 잘 자는데 음식을 먹는 데는 까다롭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힘들어할 수 있다. 




 4) 아이의 기질에 따른 부모의 양육방식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의 기질에 맞는 양육태도를 선택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아이의 기질은 양육자와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고, 또한 부모의 양육태도도 아이의 타고난 기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타고난 기질은 성인이 되어서도 일관되게 나타나지만, 기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타고난 그 자체보다 부모와의 조화가 더 중요하다.   

   

  기질은 부모의 양육방식이나 문화, 경험과 상호작용하면서 이후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때 부모의 양육방식이 중요한다는 것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도 밝혀졌다 (Pluess & Belsky, 2011). 조화의 적합성 (Goodness of Fit)에 따르면, 우리의 성장과 발달은 주어진 환경의 요구와 자신의 특성을 서로 맞추어 가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특히 기질은 부모/자녀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 자녀의 기질만이 아니라 부모의 기질도 중요하며,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진 부모와 자녀는 여러 갈등 상황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용하고, 차분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부모가 만나면,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부모/자녀 갈등은 상대의 기질을 무시한 채 자신의 틀에 맞추려고 하는데서 시작되기 때문에 특히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질에는 절대적으로 옳고 그름 또는 좋고 나쁨이 없다. 모든 기질 특성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있다.      


  예를 들어 까다로운 아이는 짜증을 내거나 징징대는 경우가 잦아 부모가 피로함을 느낄 수 있으나, 좋고 싫어하는 상황에 대해 자기감정이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아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아이의 기분을 배려해주게 된다. 반면, 순한 아이는 부모에게는 축복이지만 본인에게는 불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기 의사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아 부모가 주의 깊게 배려하지 않으면 어린 나이에 굉장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느린 기질의 아이는 생각이 많고 망설이는 경우가 있어서 부모가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서두르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잘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기질적 특성 때문에 부모가 차분히 기다려주었을 때 아이는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기질에 다양한 장단점이 공존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아이의 특별한 기질이 최대한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가 무한한 잠재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5) 연령에 맞는 아동 발달 이해하기     


  기질만큼 중요한 것이 연령에 맞는 아동 발달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은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언어적으로 발달을 하는 존재이며, 특히 어린 아동의 경우 매해 매 순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는 중요한 시기이다. 자녀의 연령별 발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침이 되며, 보다 자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특히,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해서 괜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너무 지나치게 기대치가 높아도 문제지만 기대치가 낮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제공하는 여러 다양한 정보 중 하나가 바로 아동 발달지표이다.      


https://www.cdc.gov/ncbddd/childdevelopment/index.html

https://www.cdc.gov/ncbddd/actearly/pdf/Milestone-Moments_ReaderSpreads_Eng_KO_508.pdf)     

   

  많은 전문가들, 소아과 의사들, 그리고 교육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아동발달 정보가 바로 위의 두 사이트에 나와 있다. 언제 걷기 시작하는지, 처음으로 언제 웃는지, 언제 손을 흔드는지와 같은 발달 지표를 생후 2개월부터 5세까지 순차적으로 여러 발달 영역 (언어 발달, 사회정서 발달, 인지 발달, 신체 발달)에 따라 알려준다. 이러한 아동 발달지표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아이의 발달이 지체된다고 생각할 때, 발달 전문가 또는  영유아 조기 중재 프로그램(early intervention program)에 연락하도록 조언해 준다 (부모 연습장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아동 발달지표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상황에 따라 아동발달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기 전에는 부모가 미리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지표에 따르면 2살이 되면 2-4 단어 문장을 말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어발달, 특히 표현 언어는, 개인차가 많이 존재한다. 특히, 이중언어에 노출된 경우, 수용 언어는 문제가 없지만, 표현 언어가 또래에 비해 더딘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물론 언어가 늦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만난 친구 중에 친구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말을 주로 쓰고, 남편은 미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 말만 쓰는 가정이 있었다. 첫째 아이가 2살이 좀 넘었는데 또래 한국 아이들에 비해 말이 늦은 거 같아 영유아 조기 중재 프로그램에 가서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아이는 많은 시간을 엄마와 보내 한국말을 주로 알아들었지만 신기하게도 말을 할 때는 주로 영어로 표현을 해 말이 또래에 비해 조금 늦은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진단이 나왔고 지금도 매우 건강히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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