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아빠가 아이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아이들은 자라면서 행동문제를 덜 보이고, 사회적으로나 학습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자라게 된다고 보고되어 왔다.
아빠의 역할은 더 이상 가장으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아빠의 양육 참여는 인지발달, 성역할 발달, 그리고 심리적인 발달을 포함한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아빠도 엄마처럼 사랑을 주고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연구에 따르면, 아빠와 친밀하고 따듯한 관계를 유지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라서 자신감 있는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빠는 친구, 가이드, 또는 멘토의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을 때 아빠가 아이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 갓 태어난 아기와 아빠
엄마가 정서적 안정을 제공할 때, 아빠는 아기에게 안전감과 확실성을 제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부모를 더 좋아하고 애착을 형성하게 된다. 엄마와 다르지 않게, 아빠도 아기의 울음과 신호에 제때 반응을 한다면, 아기도 아빠와 애착을 형성하게 되고 아빠를 편안함과 행복의 근원으로 인식하게 된다. 보통 많은 아빠들은 엄마보다 신체적 자극을 더 주는 경향이 있고, 이는 아이의 건강한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빠가 육아에 참여를 많이 할 때 아기는 나중에 자라서 행복하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아빠들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저 처음이라 잘 몰라서 두려워 아기와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아빠들도 노력한다면, 충분히 아기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 유아기 아이와 아빠
아기가 자라서 유아기 아이가 되면, 호기심이 많아지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탐험하게 된다. 이럴 때, 아빠는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하면 좋다. 아이가 탐험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적절한 제한을 세워져야 한다. 엄마가 집안일로 바쁠 때, 아빠가 아이와 놀이 친구가 되어준다면, tv나 스마트폰에 아이를 맡기는 것보다 좋을 것이다. 아빠들은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은 자신감이 길러지고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기게 된다. 때때로 엄마들은 아이들을 너무 잘 알아서 피하고 안 하는 도전적인 행동들도 아빠들은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그 상황을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아빠들은 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줄 수 있고 사회적 정서적 연결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 학령기 아이와 아빠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시작했을 때, 아빠는 아이가 힘든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엄마가 조금 더 아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라면, 아빠는 아이가 독립적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아빠에게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아빠가 남들과의 관계에서 폭력적이거나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면 아이들은 그러한 도덕적, 사회적 가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나중에 커서 그러한 행동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물론 엄마에게서도 배우겠지만, 아이들은 아빠가 하는 행동을 보고 그대로 배우게 된다. 아이를 잘 보살피고, 아빠가 양육에 참여를 많이 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자신감이 많고, 정서적으로 안전감이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2) 아빠가 할 수 있는 육아 업무
두 부모가 모두 있다면, 양육은 누구 하나가 전적으로 희생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팀워크가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이 하나를 기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엄마와 아빠는 양육에 있어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때로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육아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고를 덜기도 한다. 실제로 육아는 단순히 누구 한 사람의 책임감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육아는 부모에게 동등하게 부담되는 업무 같은 것이다.
그런데 육아는 아이의 전반적인 영역에 있어서의 발달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복잡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부모가 서로 업무 분담을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을 분담할 때 똑같은 일을 딱 반으로 나누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서로 잘하는 일을 찾아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우리 집에서는 내가 요리를 남편보다 잘하기 때문에, 내가 요리를 하는 동안 남편은 딸내미와 놀아준다. 나는 레고나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반면, 남편은 이 둘을 모두 좋아해서 주말에 아이와 수영을 하고 레고를 하는 동안 나는 밀린 일을 하거나 잠시 쉬기도 한다. 또 어떤 집에서는 상황에 따라 역할이 유동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아침에 엄마가 아침식사와 도시락을 준비하면 아빠가 아이를 깨우고 유치원에 갈 준비를 시킨다거나, 오후에 엄마가 아이를 데려와 함께 놀면서 학습지를 시키면 아빠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계획만 잘 짠다면 육아 분담은 충분히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아빠들이 할 수 있는 육아 업무에는 무엇이 있을까?
- 신체놀이
인형놀이를 좋아하는 아빠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빠들은 몸으로 놀아주는 것을 선호한다. 놀이는 부모도 재밌어야 아이와 진심으로 재밌게 놀아줄 수 있다. 때문에, 말을 태워준다거나 목마를 태워주거나, 공을 찬다거나, 수영을 같이 한다거나 하는 여러 신체활동을 어릴 때부터 같이 해 준다면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이 놀이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라든가 차례를 지키는 것, 이기고 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 라이프 코치
아빠는 아이의 첫 번째 인생 선생님이 될 수 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들은 아빠가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준 것, 같이 축구 게임을 한 것, 떨어졌을 때 일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들을 기억할 것이다. 엄마와 달리, 아빠들은 대부분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아이가 잘하기를 바라고 밀어붙일 때가 있어서, 아이가 나중에 마주치게 될 실제 상황에 준비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지나친 기대와 지나친 부담을 좋지 않겠지만, 적절한 기대와 밀어붙임은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다.
- 보호자
어떤 물리적인 위험이 있을 때 아빠들이 일반적으로 엄마들보다 가족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다. 신체적인 부분에 있어서 여자보다 객관적으로 강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빠를 보호자로서 인식하게 된다. 물론, 우리 남편 같은 경우, 체구와 상관없이 벌레를 무서워해서 벌레를 잡는 것은 다 내 몫이지만 다른 신체적인 힘을 요하는 일은 남편이 담당해서 하게 된다. 물론 아빠로서 아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아이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친구들과 싸울 때, 넘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가르쳐 주어야 하고, 어떤 것이 안전하고 위험한 지도 가르쳐주어야 한다.
- 동반자
아이의 인생의 중요한 부분에 항상 있어주는 동반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엄마와는 다른 감정을 아빠와 나눈다. 아빠는 아이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고, 엄마는 절대 못 하게 하는 일들을 같이 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서 이러한 친밀감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롤모델
딸의 경우는 아빠를 보면서 남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고, 나중에 자라서 남자 친구 또는 남편을 만날 때 아빠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게 될 수 있다. 아들의 경우는 나중에 자라서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할 수 있다. 아빠가 엄마와 아이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게 되면, 자신도 자라서 그러한 사람이 되려고 할 것이다. 아빠로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좋은 롤모델이 되도록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