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사기(1,2,3), 김진연 역, 서해문집

by 주종문

총 130편, 52만 6천5백 자의 분량으로 본기(本紀), 표(表), 서(書), 세가(世家), 열전(列傳)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마천의 사기 중 정수라 할 수 있는 세가와 열전이 이야기 형식으로 담겨 휴가기간 동안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워낙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열전과 세가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요약하기 어렵지만 범려라는 인물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범려는 사기의 "월왕 구 천세가"와"화식열전"에 등장하는데 우리에게는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 유명한다.

사기를 통해 범려의 일생을 보며 느낀 것은 진짜 인재는 물러날 때를 안다는 것이었다.

범려는 월왕 구천과 같이 이십 년이 넘는 시간을 월나라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월나라를 중원의 패자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누구나 그러한 성공을 이루면 그동안의 노력과 고생의 대가를 받고 싶어 하는데 범려는 어떤 미련도 가지지 않고 월나라를 떠난다.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도 범려가 자신을 추천해준 대부 문종에게 물러나야 할 때임을 설명하기 위해 남긴

“비조 진양 궁장 교토사 주구 팽(飛鳥盡良弓藏 狡兎死走狗烹)-새를 다 잡으면 활을 거둬들이고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먹는다.”

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범려의 말에도 문종은 떠나야 할 때를 놓치고 결국 월왕 구천에게 죽음을 당한다.

그와 비교해서 범려는 에도 나오지만 천금의 재산을 모으고 그 재산을 이웃과 나누며 천수를 다하였고 후세 사람들이 그를 재신이라 받들 정도로 이름을 남겼다.

에서도 한신은 물러나야 할 때를 몰라 결국 300년 전 범려가 남긴 "토사구팽"을 되새기며 죽음을 당한다. 그에 비해 에 장량은 물러날 때 물러날 줄 알아 후세에 그는 신선이 되었다는 설화까지 전한다.

노자의 말 중에 "공성신퇴"라는 말이 있다. "공을 이루고도 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말로 아무리 뛰어난 공을 이루어도 보답을 바라거나 그 결과를 다 누려 버리면 그것은 더 이상 공이 아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인재들이 일을 하며 물러나야 할 때를 항시 살피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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