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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종문 Feb 14. 2016

이중톈_품인록

인물에 대한 품평으로 중국을 안다.

이중톈은 서문에서 역대로 중국에서 인물 품평의 전통이 존재해 왔음을 이야기하며 이 책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였지만 전기가 아니라 인물에 대한 품평이므로 인물의 심리에 대해서는 작가의 추측이  더하여졌음을 밝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느낀 것은 인물에 대한 품평은 겉이고 속에 담긴 것은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품인록에서 품평하는 인물은 항우, 조조, 무측전, 해서, 옹정제 5명입니다.


초한지에서 비극적인 영웅으로 그려지는 항우, 삼국지에서 악당으로 그려지는 조조, 여자로 중국 대륙의 최초의 여황제가 되었던 무측전,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강희, 옹정, 건륭의 옹정제는 대부분 다양한 형태로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입니다.

사실 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습니다.

조금 생소한 사람이라고 하 청렴 강직하지만 고집불통 원칙주의자로 그려지는 해서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품인록에 담긴 항우, 조조, 무측전, 해서, 옹정제에 대한 품평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것은 그들이 가지는 공통점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우리가 상식이라고 이야기하고 전통이라고 이야기하는 범위를 벗어난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했다는 것입니다.


항우는 권력과 재물에 대한 욕망,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과 영혼을 대표하며 항우의 죽음 이후 중국은 딱딱한 의례와 절구질하듯 머리를 찧어대는 과도한 인사치레만 남았다고 이야기합니다.(92p)

조조는 그가 가진 뛰어난 표용력과 대범함 그리고 비범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항우 이후 확고하게 확립된 유교로 대표되는 정치 사항에 기반한 전제주의에 의해 희대의 간웅으로  매도되었다고 평합니다.

무측전은 뛰어난 치세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년과 죽음 이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청렴 강직한 해서 역시 전제주의가 문서화한 법을 지키기 위해 고집불통 원칙주의자가 되지만 결국 이미 강고하게 굳어진 전통이라는 이름에 따라 좌절합니다.

옹정제는 전통조차 바꿀 수 있는 강한 권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전통을 바꾼듯하지만 그의 사후 그가 가진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됩니다.

항우는 개인의 독립성에 대한 마지막 상징이었고, 항우 죽음 이후 강고해진 전통이라는 이름의 기득권은 그 권력의 정점에 섰던 조조나 무측천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통 속에서 법이라는 것은 상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평등한 자유인들의 간의 계약'이 아니라 황제로 대변되는 권력자의 마음에 달린 것을 청렴 강직한 고집불통 원칙주의자 해서는 좌절 속에서 깊이 이해했을 것입니다.

황제로 대변되는 권력자의 마음에 달린 법은 그 황제조차 좌절하게  하는 것을 옹정제는 자신이 이루고자 했고 이루었던 수많은 일들이 아들(건륭제)과 후손에 의해 무위가 되는 것을 보며 저승에서 깊이 이해했을 것입니다.


이중톈이 품인록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중국 역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항우, 조조, 무측전, 해서, 옹정제를 통해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개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항우, 조조, 무측전, 해서, 옹정제는 모두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온 인물들입니다.

그는 자유로운 인격과 영혼을 가진 개개인만이 중국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도덕을 이루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책의 말미에 [문화와 사람]이라는 부록을 통해 앞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중국은 더욱 강고 해지는 전제정치를 통해 개인은 사라지고 중국 역사와 문화가 퇴화를 해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의 생각이 담겨 있고 공감이 가는 글을 옮깁니다.

[ 문화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또한 사람에 의한 것이다. 사람의 매력과 개성이 갈수록 시들고 있다면, 그들의 문화 또한 어떻겠는가? 과거 중국은 개인의 발전을 너무 소홀히 여겼다. 모든 개인에게는 개성과 자유를 발현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언제나 집단의 이익만 우선시할 줄 알았지,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발달핮 않으면 집단도 장족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결과 집단의 생명력은 점차 시들어갔고, 개인의 인격은 그보다 더 파리해졌다. 모든 개인이 이토록 해쓱하고 창백하다면 그 개인들의 집단이 과연 '세계의 민족들 사이에 우뚝'설 수 있을까?

건전한 인격이 건전한 제도를 만든다. 건전한 제도가 건전한 문화를 만든다. 어쩌면 이것이 중국의 새 세대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일지도 모른다.

지난날의 멋스러운 인물들을 헤아리며 새삼 오늘을 돌아본다.]


아직도 개인보다는 집단이 중요시 되는 중국에서 이런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다는것이 조금은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나를 품평한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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