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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Feb 11. 2022

파파네 집에 놀러 오세요.



 조이스 허기트의 <경청>이란 책을 읽고 있다.

사둔 지 꽤 된 신앙서적인데 나에게 경청하는 자세가 부족하단 생각에 집어 들었다.


 늘 필요한 지혜는 필요한 순간에 다가온다.

그래서 우주에는 신의 섭리가 분명 존재함을 느낀다.


 나는 그동안 파파를 마당 없는 집에서 키우면서 집안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다.

산책하기에도 버거우니까 빨리 이모님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이모님을 구하려고 하면 집안을 치울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까 결국, 음식도 안 하는 내가 치울 일도 별로 없는 집안일을 귀찮다고 생각한다는 결론이 났다.

 종종 친구들이 놀러 왔었는데, 요즘은 대청소를 한다는 게 왠지 힘들게 느껴져서 친구들을 만날 일이 있어도 

일부러 밖에서 만나곤 했다.


어찌 됐든, 책 내용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며 읽고 있는데 저자가 말한 두 문장에 갑자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상담과 위로를 받기 위해 우리 집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인 시간을 줄 수 있었다.'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시절, 회원님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시간을 많이 쏟곤 했다.

일대일 수업을 하다 보니 회원님들과 개인적으로 친해지게 되었고, 그들의 마음이나 그날의 기분 상태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마음이 힘든 날은 운동도 힘들다. 어떤 날은 수업하다가 말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는 날도 있었고, 어떤 회원님은 이야기하다가 울기도 했다.

그들과 깊이 공감해주는 것이 보람되단 생각이 들 때가 많았지만, 내 에너지가 무척이나 소진되는 일이라고 느낄 때도 있었다. 지금은 들어주는 일이 힘들었던 것이 내 안에 사랑이 부족해서였음을 안다.



 책에는 이런 글도 나온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그저 경청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지 말라. 또한 경청이 조언이나 성경말씀보다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지 말라. 오히려 영혼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근심, 두려움, 좌절, 분노를 같이 나누면서 헤아릴 수 없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처음 듣는 말이고,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타인은 또 다른 나이니까 진정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아무 하고나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제 '듣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듣는 동안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 볼 것이다. 가벼운 조언 따위는 하고 나면 꼭 후회하더라.

내 입은 최대한 닫고 상대방의 마음에서 많은 것들이 흘러나오길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아직 시도조차 안 해봐서 잘할 수 있을지 여부는 다음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죠!)


내 친구는 퇴근한 남편에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아무에게나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우리는 정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많은 치유를 받는다. 이야기하면서 생각이 정리가 됨은 물론이고, 누군가 그저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고 공감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혼자가 아님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배워야만 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진짜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거든 이론과 기본 법칙을 이해하고, 삶의 일부가 될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한다고.


아직 이론과 기본 법칙조차 잘 모르는 나는 일단 그냥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그리고 내일 당장 누군가가 오지는 않겠지만, 언제든지 소중한 누군가가 올 수 있도록 집을 깨끗하게 치워놓을 것이다. 그리고 들어야지!


언제부턴가 내가 사랑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때, 마음이 많이 괴롭기 시작했다.

사랑으로 하는 고생이 행복하다는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을 들었으니 또 하나 실천해 보기로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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