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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Jul 20. 2015

Vibe, 사랑은 이별과 함께 끝나지 않더라.

The emotional story for songs.

이별은 사랑이 끝나는 때를 말한다. 하지만 이별이 힘든 이유는 사랑이 끝나야 할 때 끝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이별에 대한 노래가 많은 이유가 궁금했다. 여러 결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이별이 사랑의 종착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별 후의 공허하고 아픈 마음을 달래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이별 노래를 듣는다. 


Vibe는 주로 이별을 노래한다. 대표곡들의 제목만 나열해봐도 느낌이 온다. '그 남자 그 여자', '술이야', '미친거니', '사진을 보다가', '다시 와주라', '한숨만', '꼭 한번 만나고 싶다', '미워도 다시 한번', '이 나이 먹도록'. 설령 들어보지 않은 노래더라도, 가사를 모르더라도 제목만으로도 느낌이 온다. Vibe가 노래하는 이별이 문득 궁금해졌다.


절규 : 있는 힘을 다하여 절절하고 애타게 부르짖음


Vibe의 윤민수의 목소리에는 '절규'가 담겨 있다. 많은 가수들이 훌륭한 기교를 갖추고 있는데, 윤민수의 그것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감성이 있다. 특히, 바이브의 노래 후반부, 클라이맥스 부분에는 윤민수만이 할 수 있는 폭발적인 고음이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것을 절규라 표현한다. 바이브의 이별 노래들을 관통하는 키워드 역시 '절규'다.


극도의 슬픔이 다가왔을 때 사람들은 목 놓아 울부 짖는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슬픔에 눈물 흘리고, 소리 내어 울지만 절규하면서 슬퍼하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바이브의 절규는 큰 위로를 준다. 차마 하지 못한 절규를 윤민수가  대신해준다. 


윤민수가 나는 가수다에서 '감정과잉'이라는 혹평을 들었을 때, 나는 이별을 지나 보내고 있었다. 그 때의 나에게 윤민수의 감정은 마치 나의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절규는 나의 절규였고, 그가 울부짖을 때 눈에서는 한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매일 꾸준히 들을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실연의 슬픔에 빠져 있을 때 문득 윤민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지는 이유다.


바이브는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시키며 노래를 만들어왔다. 대부분의 곡을 만드는 류재현은 언제나 윤민수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절규 장치'를 넣어 놓는다. 그리고 윤민수가 편안하게 감성을 폭발시킬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 상대적으로 담담한 목소리로 초반을 풀어가며, 윤민수가 고음에 시동을 걸기 전에 시간을 벌어준다. 윤민수와 류재현은 '절규 전문가'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야기 1, 그 남자, 그 여자. 사랑은 이별이었나

https://www.youtube.com/watch?v=xYTPXYPnMBU

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 그 여자
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 그 남자
우린 미치도록 사랑했었지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았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하고 싶었다. 쉽지는 않았다. 주면서도 불안했고, 아무리 주어도 내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많은 것을 내어주었지만 어김없이 이별이 찾아왔다.  끊임없이 내 자신을 세뇌시키며 스스로에게 믿음을 강요했지만 그녀/그는 이내 떠나고 말았다. 미치도록 사랑했던 그 순간, 이별이 쌓이고 있었다. 바보 같이, 이번에도 다 믿고 말았다. 다시는 그런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새했는데.

이야기 2, 미친거니

https://www.youtube.com/watch?v=CT5CI-742E4

이젠 너 같은 사람 아니 너 같은 여자
다시 태어나도 만나지 않을래
그렇게 매일 다짐해도 돌아서면 니가 생각나

며칠이 흘렀지만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얼마 전만 해도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 눈, 코, 입이 떠오른다.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그 때의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는데 불과 며칠 만에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미워하고 싶어서 '미친X'라고 욕을 해봤다. 슬픔이 분노로 바뀌며 나아지는  듯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그리움으로 하루가 끝났다. 다시는 이런 사랑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왠지 돌아올 것만 같은 생각에  하염없이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 미친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


이야기 3, 한숨과 술

https://www.youtube.com/watch?v=m75vk57mePs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네 이름만 부르다 또 한숨만 쉬어

평소 술을 즐기지 않았지만 술과  함께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았던 나, 여린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았던 삶. 결국 맨정신으로는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술의 힘을 빌려야만 내 입술이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술에 취해  갈수록 이별이 더욱 또렷해지는 아이러니.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함께 걸었던 그 길, 한숨만 쉬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정말 헤어졌다.


이야기 4, 꼭 한번 만나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aQ_r3YNGjFw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죽도록 지우려고 애쓴 그녀를
너무 그리운 사람아 이젠 잊혀 질 사람아 

시간이 꽤 흘렀다. 술이 없이도 하루를 잘 끝낼 수 있게 됐고,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정신없이 몇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다시 일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고, 소개팅을 해보지 않겠냐는 친구들의 제안을 수락해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랑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할 일이 없는 저녁 늦은 시간이 찾아오면 애써 눌러 두었던 감정들이 다시 솟아 오르곤 한다. 


그리움? 슬픔? 아쉬움? 미련? 잘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감정은 아니다. 멍하니 바깥에 앉아 슬픈 노래 몇 곡을 듣고 나니 못난 감정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문득 궁금해졌다. 어떻게 살고 있을지, 여전히 힘들게 지내고 있을지. 사랑은 끝났지만,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그냥 한 번 쯤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곧 잊힐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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