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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Jul 27. 2015

위잉위잉, 막막함과의 조우

The emotional story for songs.

https://www.youtube.com/watch?v=4qgA8f-gdhU

관심이 뜨겁다. '무도(무한도전)'의 순풍을 맞은 혁오밴드. 혁오에 대한 호기심은 호기심 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의 음악에 빠져 들었다. 나의 경우는 조금 느렸다. 무도 이전에 이들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소위 '한방에 확 뜬' 현상에 대한 이유 모를 거부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결국 혁오는 단 한 곡으로 나를 사로 잡았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음악은 느낌으로 듣는다. 느낌은 감성을 자극하고, 우리는 노래와 교감하고 공감한다. 좋은 음악, 좋은 음악가에 대한 기술적인 기준도 무시할 수 없지만 교감, 공감이야 말로 최고의 가치다. 혁오 열풍은 공감과 교감이 핵심적인 키워드다. 우리는 이들의 음악을 결코 가벼이 들을 수가 없다. 왜 그럴까. '위잉위잉'을 집중해서 듣고 있노라니 그저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다. 공감하고 말았다.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비잉비잉 돌아가는 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


막막함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는 지구 최고의 생명체가 간혹 강아지 한 마리 보다 못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괜히 나오지 않았을테다. 단 하루만 산다는 하루살이는 아이러니 하게도 행복한 삶의 이상형이 되기도 한다. 막막함과 조우한 인간에게 현실의 삶이 주는 무게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한다. 도망치고 싶어도 갈 곳이 없고, 끝을 알 수도 없는 삶 속에서 막막함이 나를 지배한다면 차라리, 어쩔 수 없이 내일 삶을 마감해야 하는 하루살이의 위잉위잉 날개소리가 부럽다.


영어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꿈과 함께 직업을 버린지 8개월. 가끔씩 길을 잃는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내가 과연 좋은 선택을 했는지 의문스럽다. 통장의 잔고가 거의 바닥이 나고 적지 않은 나이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오자 길을 잃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학원이 위치한 곳은 강남, 가끔 퇴근 시간에 전철을 타면 직장인들이 가득하다. 그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을테지만, 이기적인 마음이 들어 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10년 동안 익숙했던 그 곳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이 된다.


세상은 나만 빼고 돌아가는 것 같다. 가끔 바쁘게 사는 후배들과 술을 한 잔 하고 집에 돌아갈 때면 유독 처량하다. 내가 참 잘하던 일이었는데,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슬럼프가 찾아와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오면 처량함은 더해진다. 땅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끌어 올리느라 애를 쓰지만, 세상이 날 비웃는 듯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그냥 듣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묵묵히 내 길을 걷고 싶지만, 눈에 계속 들어오는 세상과 사람들의 바쁜 모습은 나를 흔들어 댄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가졌던 마음이 흔들리고 면목이 없어진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여 누군가는 내 삶이 부럽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들이 부럽다. 누구에게나 목표가 있고 꿈이 있을텐데 그 곳을 향해 가는 길이 이리도 험난하고 처량할 줄이야. 사랑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자존감이 낮아질 때마다 막막해진다. 막막함과 조우할 때마다 한낱 하루살이 한 마리 마저도 나를 비웃는 듯 하다. 


위잉위잉,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 어린 청춘들의 이야기는 나보다 더 처량할 것이다. 이 노래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주는 이유는 이런 이야기가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막막함과 조우하게 된 청춘들의 마음. 그들의 고장난 엔진이 '위잉위잉' 소리를 내며 털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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