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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Aug 06. 2015

아는 여자, 처음 헤어진 그 이유로 또 헤어질까 봐.

The emotional story for songs.

어젯밤 꿈에 네가 나왔다. 묘한 꿈이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한참 동안 대화를 하지 않았다. 서로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불편함을 느꼈다. 아주 짧은 꿈이었지만, 그 속에서 난 많은 고민과 생각에 빠져 있었다.


'말을 걸어도 될까'

'다시 시작해도 될까'

'그때의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난 아직도 정리가 안 됐는데'

'그래도 이렇게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이 어색하진 않구나, 신기하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서로의 눈이 마주쳤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누구보다 잘 알았던, 사랑했던 사람이라 어렵지 않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 다음 장면에서 우리는 크게 싸우고 있었다. 싸움의 이유는 알 수 없고, 왜 갑자기 싸우게 됐는지 모르겠다. 서로에게 상처를 줄 만한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낸 뒤 작별했다. 이렇게 급박한 전개는 꿈이었으니 가능했으리라.


https://www.youtube.com/watch?v=yJo0WgYRso8

성시경 - 아는여자

요즘 이 노래에 빠져 있어서 그런 건지, 썩 유쾌하지 않은 꿈을 꾸고 말았다. 보통 꿈을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진 않지만  지난밤에 꾼 꿈은 성시경의 '아는 여자'와 연결되어 내 기억 속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지만 이 꿈이 오래오래 기억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저녁 즈음, 아니 오후 즈음에는 기억도 나지 않을 꿈일 테다.


사랑했던 사람과 재회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참으로 복잡하다. 조금만 시간을 돌린다면, 아주 조금만 조율한다면 깨어진 조각을 다시 붙일 수 있을 것 같지만 역시 어려운 일이다. 요즘 기술이 발전해 깨진 컵을 말끔하게 붙이는 접착제가 나오기는 했지만, 결국 다시 붙여봐야 그것은 깨졌던 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사랑의 강한 기억, 좋은 기억 때문에 재회한 연인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헤어진 뒤 다시 만나 잘 되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한다.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 내 유일한 재결합의 기억은 대학교 때의 그 아이 밖에 없었다. 물론, 오래가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최소 몇 년이 흘러 누군가-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됐을 때도 서로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드라마 같은 일은 없었다. 오히려 용서와 축복의 시간을 통해 확실히 관계가 끝났음을 재확인할 뿐이었다.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는 흘러간 과거와의 만남 같지만, 과거의 탈을 쓴 현재일 뿐이다.  함께했던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 나지만 재결합은 현재이고 미래다. 결국 이 노래 '아는 여자'의 주인공 역시 주저한다. 


너무 잘 아는 여자라 내가 사랑한 여자라 
자꾸만 우리는 더 사랑할 수도 없을 것 같아 
처음 헤어진 그 이유로 또 헤어질까 봐 

살아가면서 가끔 지나간 과거의 흔적과 마주할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그 흔적에 사로 잡혀 큰 우울에 빠지기도 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미련에 현재의 삶을 등한시하기도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과거의 삶이 현재의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  듯하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한번 깨어진 그 이유는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수밖에 없다. 헤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중요하겠으나, 그 이유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떨쳐내지 못한 상황에서 지나간 연인과의 재회에서 재회 그 이상의 이유를 찾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처음 헤어진 그 이유'에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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