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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Aug 07. 2015

습작 #8 - 궤도에 오른다는 것

기초 공사

지상에서 로켓을 발사해 대기권 밖으로 위성을 밀어낸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위성이 제 궤도에 오르고 본연의 업무를 시작해야만 '발사'라는 작업이 비로소 '잘 끝났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모든 일들이 그러하다.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시작한 뒤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공감되지 않는다. 세 사업을 런칭 한 회사라면, 그 사업이 기대 만큼의 수익을 내줘야만 궤도에 오른 것일 테고, 이제 막 영어를 공부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Be동사, 조동사,  To부정사라는 용어와 용법을 어느 정도 갖춰야만 본격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의 공부가 가능하다.


궤도에 오른다는 것, 그것은 어렵고 지루하지만 일종의 기초 공사와도 같다.
요즘 이것을 느끼고 있다.


영어 공부는 이제야 겨우 궤도에 오른  듯하다. 기초 공사가 꽤 길었다. 8개월 가까이 발버둥 치던 나는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인 습득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드라마를 여러 번 보기 시작했다. 영자막으로 한 번, 한-영 자막으로 한 번, 자막 없이 한 번. 한-영 자막으로 보는 두 번째 과정에서는 영상을 멈추고 되돌리고 다시 재생하는 과정을 거치며 모르는 단어를 적어두고, 독특한 표현을 익히고, 잘 이해되지 않는 대사는 분해 후 재조립한다. 지루한 과정이지만, 요즘은 그렇게 귀찮지 않다. 


리스닝 역시 마찬가지. 영국 출신 영어 선생이 몇 년 전부터 올려둔 팟캐스트를 2번씩 듣는다. 한 번은 그냥 듣고, 두 번째 들을 때는 스크립트나 웹페이지의 요약글을 보면서 위에서 밝힌 분해 후 재조립, 외우기, 익히기 과정을 반복한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이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몇 년의 세월이 걸렸다. 운동에 대해서는 따로 카테고리를 분류해 '운동기'를 써보고 싶을 정도다. 제대로 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아보지 않았던 나는  끊임없이 시행 착오를 겪었다. 운동을 대하는 마음가짐 또한 허리 강화로 시작했지만 빠른 성과를 위해 보이는 근육들만 단련하고는 했다. 인체의 중심을 이루는 코어 근육의 중요성을 모른 상태에서 시행된 운동법은 오히려 허리에 더 큰 부상을 안겨줬다. 근육의 꽃이자, 우리 몸 중 가장 효용성이 높은 등 근육의 중요성을 몰랐고, 이제야 풀업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운동도 이제 궤도에 오른  듯하다. 이제는 운동을 하러 가는 시간이 전처럼 귀찮거나 고통스럽지 않다. 곧바로 울룩불룩 몸이 변하지 않아도 조급함이 없다. 잘 발달되어 있던 부분을 더 부각하려고 하지 않고, 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하체 운동, 등 운동, 몸의 왼쪽 부분 등이 내 취약점이다. 1주일에 5일씩 운동을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다. 힘들 수도 있지만 계획대로 운동을 하니 즐길 만하다. 이제는 어렵기만 했던 운동법 관련 전문 블로그의 글들도 잘 이해가 된다. 


기초 공사는 어렵고 지루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루한 기초 공사가 지나면 궤도에 오른 공사는 빠른 속도로 높은 효율을 자랑할 것임에 분명하다. '기본이 중요하다', '조급함이 일을 망친다'와 같은 격언들이 역시 삶의 진리임을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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