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motional story for songs.
요즘 노래를 배우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 거의 7달 정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노래를 배우고 싶었던 이유는 조금 더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운이 좋게도 내가 만난 두 명의 선생님들은 노래를 부를 때 기교와 발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물론, 그 두 가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감성'을 강조했다. 노래는 '메시지'라고 했다. 마치 배우가 연기를 하듯이 노래도 마찬가지로 듣는 사람에게 감성을 전달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노래를 배울 때 가장 먼저 가사를 숙지한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으로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단순한 몇 줄의 가사지만 그것을 통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본다.
어떤 노래는 이별의 장면이 떠오른다. 어떤 노래는 달콤한 데이트 장면이 떠오른다. 또 어떤 노래는 지나간 세월을 후회하는 중년 남성의 술 취한 걸음걸이가 떠오른다.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노래를 들으며 그 때의 일을 떠올린다. 그렇게 가사와 내 감정 상태를 최대한 일치시키면 단순히 '소리를 내는' 노래가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의 노래가 가능하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배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노래를 대하는 내 태도와 노래를 부르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어떤 가수는 노래를 통해 삶의 가치관을 이야기한다. 김진호는 그가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내는 듯하다. 그가 SG워너비의 품을 떠나 스스로 모든 것을 만든 솔로 앨범 1, 2집을 듣고 있노라면 변화된 창법, 진솔한 가사, 다양한 주제 등을 통해 그가 대단히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노래 속에 자신을 담았다.
사실 창법의 변화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SG워너비 시절 '소몰이' 창법의 선두주자였던 그는 솔로 앨범을 통해 과장스러운 창법을 버렸다. 노래를 잘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창법의 변화를 기술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수년간 익숙했던 '기술'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 것 만으로도 그의 창법 변화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하고 익숙한 것을 지속적으로 찾는 경향이 있는데, 김진호는 그것을 버렸다. 그는 언젠가 방송을 통해 과거의 창법이 과장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창법을 개척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앨범을 들어보면 그가 만든 노래들이 과거의 그 창법과 어울리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과장된 바이브레이션은 그가 자신을 담아낸 노랫말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 연습하고 있는 노래 '알고 있니'다.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그의 창법 때문이었다. 나의 보컬 선생님은 발성에 대해서 '아랫 기둥'을 강조하신다. 뿌리가 탄탄해야만 고음이든 중음이든 심지어 가성까지도 안정적인 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그래야 듣는 사람들도 편안하고, 소리의 울림이 커지며 감성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노래를 배우기 시작한지 무려 7개월이 지나서야 김진호를 통해 어떤 소리가 좋은 소리인지 알 수 있었다.
이 노래는 이별 후에 대한 노래다. 그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른 뒤 불쑥 찾아오는 지난 사랑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을 대하는 자세.
사랑은 함께하는 것이지만 이별은 각자 하는 일이다. 이별은 온전히 한 사람의 몫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나간 사랑을 쉽게 잊지 못하고, 떠난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이별이라는 것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느낌이 달라지는데,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는 가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노래를 부를 때 어떤 감성을 담아야 하는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됐다.
두 노래는 마치 형제 같은 느낌을 준다.
'내 자신을 찾지 못한 날들이 늘어갈 그 때마다 내 술도 늘었지' - 술을 찾는 불편한 이유
'술을 찾는 건 담밸 무는 건 어린 아이의 젖병과 같죠' - 누군가의 이야기
'아름다운 청춘이기에 불안함에 취할 때 술을 찾지 마라' - 술을 찾는 불편한 이유
두 곡의 가사는 술이라는 매개체로 연결되어 있다. 도망갈 수 있는 곳,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젖병, 그러나 결국 술은 술일뿐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정말 도망칠 수 있는 사람과 상황은 별로 없다. 만약, 도망치고 싶을 때 진짜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용감한 사람이 아닐까?
잘 알려진 것처럼 김진호는 SG워너비 시절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 이후 동료의 자살, 오랜 공백 기간 등 어려운 일을 겪으며 한 동안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에 있었다. 유추하건대, 그 시간 동안 마셨던 술은 그를 성장시키지 않았을까. 누군가는 술을 마시면 마냥 즐거워지거나, 세상을 한 없이 원망한다. 또 누군가는 술을 마시면서 인생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방향을 찾는다. 김진호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힘든 일을 겪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극단적인 표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을 원망하고, 겉으로는 멀쩡한 듯, 강한 듯 보여도 속은 썩어 문드러져 간다. 도움의 손길과 이야기들을 경계하며 귀를 닫고 살아간다. 마음의 중심이 흔들린 상태이기에 행동과 언행은 충동적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며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극도로 의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은 힘든 상황이 닥쳐왔을 때 자신의 마음 속에서 길을 찾는다.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며,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그 어떤 상황도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 아래 스스로를 바꾸고 싶어한다. 물론, 그 과정은 어렵다. 과정 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행동과 언행이 나올 수도 있고,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빠르게 중심을 잡고 길을 찾아간다. 누군가에게는 '도피'를 위한 술이지만 이들에게는 '성장'을 위한 술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노래는 '나무'라는 노래다. 얼마 전 그가 한 여고에서 재능기부 공연을 하는 50분가량의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적이 있다. 이 때 그가 여고생들에게 불러준 노래다. 획일성을 강조하고,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못하는 세상을 몸으로 부대껴 겪은 그의 경험담과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이 세상에 내가 태어나, 비 바람을 맞고 자라나, 이 세상에 내가 태어난 이유가 늘 궁금했었지'
'헤매던 작은 아이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
'누군가의 그늘이 될 때, 누군가의 의자가 될 때, 누군가의 푸르름 되어, 내 숨 하나 나누어 줄 때'
'그게 바로 행복이란 걸, 내가 바로 나무였단 걸'
그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는 노래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솔로 앨범을 발표한 뒤 병원, 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재능기부 공연을 해 왔다. 유튜브를 통해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병원 공연, 학교 공연의 직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의 그늘이 되고, 누군가의 의자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말은 쉽다. 정말 쉽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는 그가 가장 잘하는 노래로 이러한 삶을 살기로 결심한 듯하다. 얼마 전 불후의 명곡에 등장해 '가족사진', '살다가', '내 사랑 내 곁에' 등을 부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던 그.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던 동안 노력하고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있었기에 단 몇 번의 무대로 큰 울림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노래에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와 그가 바라보는 인간사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노래에 자신만의 가치관을 투영해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한다. 과한 포장도 없고 극도의 슬픔 또한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엇이 중요한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다', '세상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듯하다.
얼마 전 기사를 통해 그가 앞으로 당분간은 SG워너비의 메인 보컬 김진호로 활동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SG워너비는 어떤 모습일까. 깊이 있는 가수, 멋진 생각을 가진 청년이 되어 돌아온 김진호가 있기에 돌아올 SG워너비가 사뭇 기대된다. 그리고 김진호의 시선과 생각, 더 성장한 그가 고스란히 담길 3집 앨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