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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정하기

정세인

by 목여름



슬픈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렀다.

아직도 이름이 고춘식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별명이자, 전 여자 친구에게 추천해준 게임 닉네임이다.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모른다. 그냥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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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또 다른 얼굴이다.

나는 내 본명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글을 쓰는 나`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이름이 주는 미묘한 힘을 나는 믿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필명을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첫 후보는 여동생 이름이었다.

여성스러운 이름이 소설을 쓸 때 내 문체와 닮았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내용을 더 부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동생의 이름을 내가 예뻐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첫사랑의 이름도 생각했다.

이유는 위와 거의 같다. 게다가 어감이 좋다. 종교적인 의미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난 무교이므로 별로 상관할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아는 누나에게 고민을 상담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쓰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아주 예쁘거나 기억에 남는 이름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당히 흔치 않았다. 중성적이기도 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그 이름이 `작가 같아서`이다.


언제까지 쓸진 모르겠으나 이 석자가 내게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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