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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Nov 01. 2023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종사자 기자회견을 보고

   


오늘 11시 30분 파주시청 앞에서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와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공동 주최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성매매 피해자’를 “엄중한 처벌”해달라는 파주시장에게 더 이상 ‘여성인권’을 이용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종사자들이 비판하는 “엄중 처벌”의 배경은 이렇다. 파주시장이 1월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를 강경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집결지 종사자들은 대화를 요청해왔으나 파주시장은 불법과 대화하지 않는다며 요청을 거부했다.      


마침내 지난 4월 집결지 종사자들은 시장과 대화를 요청하며 파주 시청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진입을 막으려는 시청 공무원들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상인과 종사자들이 8명이 다쳤고(시는 공무원의 피해만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종사자 4명과 상인 1명은 4시간 넘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중 2명의 종사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되었고 이 사건은 현재 검찰로 송치되어 수사 중이다.      


또한 파주시가 집결지 목전에 CCTV를 설치하려 하자 이를 막으려던 종사자들을 파주시가 다시 고발조치했고 고소장에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당시 “종사자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파주시장의 발언이나 종사자들을 피해자화했던 시의 태도와는 정면 배치되고 있다.      


오늘 기자회견 장에서 발언한 집결지 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별이 씨는 “파주시청은 대외적으로는 저희 종사자들을 ”성매매 피해자로 구분하여 돕겠다“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저희를 그저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종사자들과 소통 없이 공권력을 투입해서 종사자들의 인권을, 생존권을 탄압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파주시가 제정한 <파주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조례>(이하 자활지원조례)의 무용함을 언급하며 파주시가 실태조사는커녕 종사자들과 어떤 대화도 시도하지 않고 조례를 졸속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파주시는 파주시성매매여성지원단체인 쉬고의 수천 건의 상담을 실태 조사로 대체했다고 밝혔으나, 수천 건의 상담조사가 어떻게 누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는지 밝힌 바 없고, 집결지 종사자들은 지금껏 종사자 누가 어떤 상담을 받았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실태 조사 없이 제정된 자활지원조례에 대해 집결지 종사자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우선 “성매매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는 지원이며, 이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담당 공무원이 확인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공개 열람에 동의해야”하는데, 이는 지원정책이 지원이 아니라 실상은 종사자를 감시 규율하는 형태이며, 성매매 행위 적발 시 완전 환수 조치되는 지원금을 누가 선뜻 받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뿐 아니라 집결지 종사자들은, 지원금이 종사자 대부분이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싱글 맘이거나 가장인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금액이며, 빈곤 등 삶의 취약함으로 이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종사자는 지원 대상이 될 수 없으며, 2년 기간으로 지원되는 주거도 2년 후의 대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에 “우리를 정말 ‘피해자’로 본다면, 피해자에 대한 조건부 지원이 아닌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지원을 실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집결지 종사자들이 호소하는 문제는 또 있다. 파주시는 연내 폐쇄를 강행하기 위해 여행길 걷기(여성이 행복한 길)와 올빼미 활동을 지속하면서 집결지 종사자들을 압박해오고 있다. 기자회견 장에서 한 종사자는, 여행길 걷기에서 참가자들이 보라색 풍선을 들고 집결지 내부를 돌며 유리방 안을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는 등의 행동으로 종사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해 집결지를 감시하는 야간 올빼미 활동도 집결지 종사자들에게 막대한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파주시는 연내 강경 폐쇄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24일 공무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집결지 폐쇄를 고무시키는 교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 집결지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폭력적이고 착취적인 규범이 작동해 성매매 피해자를 쉽게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데, 그 피해 사례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한 종사자는 “툭하면 기사에 저희가 업주들에게 감금 강탈을 당하고 있다 보도되는데 물어보고 싶습니다. ... 저희도 판단할 수 있는 머리가 있고, 잘못된 일에 항의할 수 있는 심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전 국민이 다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저희도 사용하고, ... 감금 강탈을 당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신고할 수도 있고 세상에 알릴 수도 있습니다”라며, 과거 용주골 기지촌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착취했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며 자신들을 업주의 꼭두각시로 바라보는 시선도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집결지 역사가 여성인권침해의 역사였다는 점과 성매매가 가부장의 질서가 만든 성역할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폭력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조적 폭력임을 인식하는 것과 구조적 폭력일지라고 여성 개인이 성매매로 삶을 꾸려가는 상황을 동일선상에 놓고 동일한 무게로 공공악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은 “저희가 영원히 이곳에서 일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공권력 투입을 멈추시고 저희와 시간을 두고 소통해 주십시오. 여성인권을 이용해 여성들을 핍박하는 횡포를 중단해 주십시오. 용주골 종사자들을 범죄자로 처벌하지 말고, 파주시민으로서 함께 잘 살게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자신들의 정당한 주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장에서조차 이들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손 팻말을 들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즈음 작은 웅성임이 있어 돌아보았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종사자가 쓰러져 있었다.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머리카락과 얼굴이 식은땀으로 흥건했고 호흡을 어렵게 이어가고 있었다. 폐쇄 강경 조치 이후 적지 않은 종사자들이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압박감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대책 없는 삶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심리적 타격을 입고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파주에 사는 시민으로서, 한 여성으로서, 나는 이들의 요구나 주장이 그토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인지 착잡했다. 여성을 구원하기 위해 여성을 거꾸러뜨려야 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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