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종사자 공무집행방해죄 재판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1월 30일 아침 8시, 매서운 겨울 날씨에 용주골의 성매매 종사자 몇 명은 집결지 내 전봇대에 매달려 있었다.(https://brunch.co.kr/@jupra1/231) 파주시청이 ‘안전’을 핑계 삼아 집결지 내 CCTV를 기습적으로 설치하려 했기 때문이다. 크레인까지 동원해 CCTV 설치를 강행하자 종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온몸으로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추운 새벽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봇대를 오를 수밖에 없는 약자들의 사정은 공무집행을 방해한다는 죄목으로 손쉽게 단죄될 수 있는가.
용주골 입구에는 이미 청소년의 출입을 금한다는 경구와 함께 고화질의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집결지 유리방 내부를 훤하게 관찰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한다는 것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는 엄포와 다름없다. 자기 집 현관에 시가 들여다보겠으니 CCTV를 달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할 사람이 있겠는가. 저열한 협박에 화가 치민다.
그날 파주시청은 크레인으로 인부를 실어 CCTV 설치를 강행했다. 손 놓고 있을 수 없던 종사자 한 명이 전봇대에 끝까지 오르며 저항하자, 이를 지켜보던 연대 시민은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지상 5층 이상의 높이의 전봇대에서 떨어져도, 고압선에 감전되어도 큰일이 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겁이 난 몇 명의 종사자가 전봇대 꼭대기에 오른 이에게, ‘내려오라고, 그러다 죽는다’고 소리쳐 말리느라 다시 전봇대에 매달렸다. 그렇게 매달려 있던 종사자 중 한 명인 A씨를 파주시청이 공무집행 방해로 고소했고, 오늘 재판이 열렸다. 나는 무엇이 ‘공무’인지도 모르겠고, 무엇이 ‘죄’인지도 모르겠다.
A씨는 이 건 말고도 이미 파주시청으로부터 수차례의 공무집행 방해죄로 고소된 바 있다. 하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워 형틀에 앉혀 없는 죄를 실토받을 심산인 것이다.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 공권력의 폭력은 폭압적인 군사정권 시기를 지나도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 걸까. A씨 재판에 앞서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성노동자해방행동 차차 주최의 기자회견장에서 참담한 심정이 되어 서 있었다. 약자의 인권이 매일매일 짓밟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