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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job 조은 Jun 23. 2023

‘봄날은 간다’의 이별하기

어른이 된다는 건 잘 보내주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건 사랑영화가 아니라 성장영화다.

근데 성장하고 끝나서가 아니라 성장하기로 결심하고 끝나서 성장영화다.







뜨겁고 큰 감정 사용법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한 글의 제목이다.

뜨겁고 큰 감정은 놓아주어야 하는걸까

버림 받을까봐 먼저 버리는 그런 어른, 그런 쿨함을 ‘어른스럽다’라고 할 수 있는걸까


뜨거운 것은 괴롭고 아프다.

그럼에도 음식은 뜨거움울 견뎌야만 맛있게,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고, 그릇은 뜨거움을 견뎌야만 차갑게 식어도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단단함을 가질 수 있다.

의미가 생기고 쓸만해지려면 뜨거움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은 변한다. 사람도 변한다.

어쩌면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 같다.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살아있는 걸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 아닐까?


뜨겁고 큰 감정을 사용하는 방법은,

아파할 줄 아는 법도 배우는 법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는 구구절절 다 아름답다.


가사 중 ‘내리는 벚꽃 지나 겨울이 올 때까지 언제나 너와 함께하고 싶어’와 ‘이재와 솔직히 입맞춤보다 더 떨리는 나를 안아주던 그대의 품이 더 좋았어‘라는 가사가 좋다.

아프다면서 이름다운 순간만을 늘어놓는 가사다.

이 가사의 철학은 골이 깊아야 산이 높다는 말처럼 아픈 지금과 아름다운 순간은 같이 가는 거라는 거 아닐까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의 라이브 중 ‘우리는 아름다웠기에 이토록 가슴 아픈 걸. 이제야 보내주오 그대도 내 행복 빌어주시오‘의 가사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지금 아프다는 건 아름다운 순간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프면서도 웃음이 난다.

아름다움을 추구히는 사람들에게 아픔은 필연이다/

아름다움의 ‘아름’은 ‘나’라는 뜻이라던데 뜨거운 시간을 지나야만 가장 편안한 나다움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아프면 뭐가 되나요?

그렇게 진짜 아름다운 내가 되는 겁니다.

더 아름다운 것을 많이 담으려면 그런 뜨거움을 견뎌야 한다.






애도



사실 나는 은수와 상우 이야기보다, 상우 할머니의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끝내 연분홍색 한복을 입고 먼 길을 떠나는 그 뒷모습이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다.


요즘은 애도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다.

애도는 주로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모든 의미 있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일컫는다고 한다.


언젠가 잃을까봐 두려워 피하는 것도 아닌, 잃고 나서 애써 들여다보지 않는 어른도 아닌 애도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게 요즘의 생각이다.


봄날이 간다고 봄이 끝이 아니다.

봄날은 가지만 또 온다.


제대로 애도하지 않는다면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상실한 대상에만 몰두하여 새로운 대상에게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잃는다고 한다.

그럼 봄은 또 와도 나에게 무의미하거나 쿨한 척이나 하면서 가짜로 지내야만 하는 계절이 되는 것이다.

아니 진짜 봄도 느끼지 못하고, 봄이 나에게 주는 의미도 알 수 없다.

살아있는 한 그렇게 영원히 봄을 잃은 채 살아갈 수 없으니 애도한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울 수는 없어도 도망치듯 떠나와도, 떠난 후 천천히 감정들을 산책해서 안전한 곳에 가서 혼자 짓는 웃음 만큼은 아름답기를,


뜨겁고 큰 감정을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된다.

그리고 다시 관계를 맺으면 된다. 그 때는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아무리 깊이 관계를 맺어도 나에게 괜찮은 것이 된다.

뜨거움을 고통이라 부르면 고통이 되고; 그릇을 먄드는 진지한 마음으로 다루면 나를 바꿀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잘 보내주는 건 그냥 놓는 게 아니라 아파하기를 해내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것도 그런 방식으로 내 것이 될 수 있다.




기존 포스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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