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왜 우리는 항상 돈이 부족한가
매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해 한 달을 버틴다. 드디어 월급날, 하지만 카드값과 대출 이자가 빠져나가고 나면 남는 건 입출금 기록뿐이다. "내가 너무 낭비하나?" 자책하며 매일 마시던 커피를 줄여보기도 한다.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보자. 물론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값을 아끼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건 정말 중요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절약은 종잣돈을 만드는 가장 확실하고 기본적인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과소비를 했거나 노력이 부족해서 돈이 모이지 않는 걸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당신의 성실함에는 죄가 없다. 문제는 당신이 서 있는 게임판의 규칙, 즉 자본주의의 구조 그 자체에도 있기 때문이다. 돈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세 가지 불편한 진실을 먼저 이야기하려 한다. 이 원리를 모르면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아껴 써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노동을 팔아 돈을 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는 두 가지 속도가 존재한다. 하나는 당신의 월급이 오르는 속도이고 다른 하나는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역사적으로 자본 수익률은 항상 경제 성장률(임금 상승률) 보다 빨랐다. 내가 뼈 빠지게 일해서 연봉을 5% 올리는 동안 아파트 가격은 50%가 오른다. 여기서 우리는 경제학의 중요한 개념인 기회비용을 떠올려야 한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를 말한다. 당신이 노동에만 모든 시간을 쏟는 동안 당신은 자본이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할 기회를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만으로는 절대 자본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가 느끼는 박탈감의 정체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당신의 월급을 다시 바라보자. 월급을 받아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 물론 이것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계산기는 조금 더 냉정하다. 당신이 소비한 그 100만 원의 기회비용은 단순히 통장에서 사라진 100만 원이 아니다. 그 돈이 주식이나 우량 자산에 투자되어 10년, 20년 뒤에 불어났을 수도 있는 거대한 자본이다. 이런 관점에서 소비는 현재의 만족을 위해 미래의 부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소득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얼마큼의 소비와 경험을 할 것인지 시간과 경험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점이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며 나 역시도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다. 우리는 자본가가 아니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노동자와 자본가의 게임으로 설명한다.
• 노동자: 자신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소득의 상한선이 명확하다.
• 자본가: 자신의 돈을 빌려주거나 지분을 소유하여 돈을 번다. 자본은 잠을 자지 않고 24시간 일하며 복리로 불어난다.
우리가 월급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게을러서가 아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 자체가 시간을 파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반면 부자들은 자산을 쌓는 게임을 하고 있다. 덧셈은 결코 곱셈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투자를 해야 할까? 절대 아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노동 소득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노동 소득은 투자를 시작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연료이고 많은 투자자들 역시 이 점을 강조한다. 당신의 월급은 죄가 없다. 월급은 성실함의 증거이자, 자본주의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소중한 총알이다. 문제는 그 총알을 모조리 허공에 쏴버리거나 무작정 미래를 위해 쌓아두기만 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 이제부터 월급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월급은 생활비를 쓰고 남는 돈이 아니다. 월급은 나 대신 일할 자본을 사들이는 교환권이다. 매달 들어오는 소중한 월급의 일부를 떼어내어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본의 로켓에 옮겨 태워야 한다.
"돈 생기면 무조건 저축해라." 부모님 세대에는 이 말이 진리였다. 그땐 금리가 높았으니까.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은행이 주는 이자가 3%라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짜장면 값, 버스비, 집값이 1년에 4%씩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통장에 찍힌 숫자는 늘어났지만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짜장면의 그릇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것이 바로 명목금리와 실질금리의 차이이다. 한국은행의 <경제금융용어 700선>에 따르면 명목금리는 돈의 가치 변동을 고려하지 않고 외부로 표현된 표면상의 금리를 말한다. 은행 전광판에 적힌 '연 3%'가 바로 명목금리다. 반면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진짜 내 돈의 가치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주는 금리다. 실질금리를 구하는 공식은 간단하다.
실질금리 = 명목금리 - 물가상승률
물가가 금리보다 더 많이 오르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 즉,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행위는 내 돈의 구매력을 안전하게 까먹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선 예시를 다시 대입해 보자. 은행 이자(명목금리)가 3%인데 물가상승률이 4%라면 실질금리는 '-1%'가 된다. 즉, 당신은 저축을 통해 돈을 불린 것이 아니라 매년 내 자산의 가치를 1%씩 깎아먹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저축은 무의미한가? 여기서 오해를 하면 안 된다. "저축은 손해니까 당장 그만두고 투자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저축의 의미는 돈을 불리는 수단이 아닌 현금 흐름을 관리하고 경제적 안전지대를 만드는 기초 공사이다. 저축은 투자를 하기 위한 종잣돈(Seed Money)을 모으는 과정이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나를 지켜주는 방패다. 다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저축의 한계다. 저축은 자산을 불려주는 엔진이 아니라 자산을 잠시 보관하는 주차장에 가깝다.
당신이 성실하게 일해서 번 돈을 주차장에만 영원히 세워둔다면 그 차는 녹슬고 성능이 떨어질 것이다. 내 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주차장을 나와 도로로 나가야 한다. 저축의 배신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저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저축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저축은 안전을 위해 하고, 증식은 투자를 통해 한다." 이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당신의 소중한 월급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도둑에게 매일 조금씩 털리게 될 것이다.
혹시 어릴 적 500원 하던 과자가 지금 얼마인지 기억하는가? 가격은 1,500원이 넘는데 양은 절반으로 줄었다. 우리는 이것을 물가가 올랐다고 말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 용어로는 이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화폐 가치는 하락하는 현상이다. 중요한 건 이 인플레이션이 자연재해처럼 어쩌다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끊임없이 돈을 찍어내야만 굴러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짜장면 가격이 다시 500원으로 돌아갈 일은 죽을 때까지 없다. 인플레이션은 예고된 상수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현금만 꼭 쥐고 있는 것은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서 있는 것과 같다. 그럼 이쯤에서 우리는 질문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 시리즈에서는 돈의 정체와 은행과 국가가 돈을 다루는 방식, 그리고 노동자가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식인 주식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갈 것이다. 또한, 이어지는 챕터에서는 먼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과 안전함의 위험성에 대해 자각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안녕하세요. 주리비입니다. 글을 들어가기에 앞서 이 프로젝트를 왜 시작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확실히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각오를 먼저 남깁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돈을 굴리는 구체적인 방법 역시 언급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제가 생존을 위해 고민했던 것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데 있습니다.
저 역시 돈에 대해 무지했고 '나를 위한 소비'라는 명목으로 경험에 치중한 소비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살아남기 위한 돈에 대해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돈에 대해 알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돈의 정체가 무엇인지, 은행은 어떤 규칙으로 게임을 운영하는지, 여전히 헷갈리지만 하나씩 정리해 나가며 복습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이미 생각해 둔 방향과 초안은 있지만 필요하다면 중간에 챕터를 추가하는 식으로 글을 써 나갈 예정입니다. 처음 써보는 분야이기도 하고 전문가 분들이 많은 분야인 만큼 최대한 자료를 참고하여 글을 써 볼 생각입니다. '생존을 위한 돈의 인문학' 시리즈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럼 앞으로의 여정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