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당신의 월급은 죄가 없다

덧셈의 노동 vs 곱셈의 자본

by 주리비

Q. 왜 열심히 일할수록 결승선은 더 멀어지는 것 같을까?


우리는 학교에서 "성실함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배웠다. 지각하지 않고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 성공의 방정식이라고 믿으며 사회에 나왔다. 실제로 우리는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하고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며 성실하게 하루를 보낸다.


성실함은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한 기본 가치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어제보다 오늘 더 열심히 살았는데 내 집 마련이나 경제적 자유라는 결승선은 오히려 더 멀어지는 기분이다. 내가 걷는 속도보다 땅이 뒤로 밀려나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은 느낌, 이것은 착각이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게임의 룰이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챕터에서는 우리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타고 있는 소득의 엔진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격차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왜 부자들의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내 돈은 티끌 모아 티끌일까?


우리는 흔히 "열심히 일해서 차곡차곡 돈을 모으라"는 조언을 듣는다. 이 말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차곡차곡이라는 말은 지극히 선형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뇌는 선형적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도록 진화했다. 원시 시대에 사과를 하나 따면 하나가 생기고 두 개를 따면 두 개가 생겼다. 1을 더하면 2가 되고 또 1을 더하면 3이 되는 식이다. 우리의 노동 소득도 이와 비슷하다. 연차가 쌓이면 호봉이 오르고 승진을 하면 연봉이 계단식으로 오른다. 이것은 아주 정직하고 직관적인 덧셈의 세계다.


반면, 자본의 세계는 기하급수적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곱셈의 세계다.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느끼는 박탈감의 근원은 우리의 뇌가 덧셈에 최적화되어 있는 반면 돈은 곱셈으로 움직인다는 괴리에서 온다. <돈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Money)>의 저자 모건 하우절은 인간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개념 중 하나로 복리를 꼽는다. 그는 아주 간단한 산수 문제를 예로 든다.


• 8을 9번 더하면: 8 + 8 + 8 ... = 72

• 8을 9번 곱하면: 8 × 8 × 8 ... = 134,217,728 (약 1억 3천4백만)


우리의 직관은 72 정도의 결과를 예상하지만 실제 곱셈의 결과는 1억이 넘는다. 이 엄청난 차이가 바로 자본이 불어나는 방식이다. 한국은행의 <경제금융용어 700선>에 따르면 복리는 일정 기간마다 발생한 이자를 원금에 합산한 후 그 합산금액에 대한 이자를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다. 즉, 이자가 이자를 낳고 그 이자가 또 이자를 낳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은 눈덩이처럼 비상식적인 속도로 팽창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산(부동산, 주식 등)은 이 곱셈의 법칙을 따른다. 초기에는 노동 소득(덧셈)이 자본 소득(곱셈)보다 훨씬 커 보인다. 눈덩이를 처음 굴릴 때는 손으로 뭉치는 것보다 못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는 순간 자본은 복리라는 날개를 달고 노동 소득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높이로 날아오른다.

당신의 노동에는 문제가 없다. 우리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무력감은 당신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단지 덧셈의 세계에 살면서 곱셈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일 뿐이다. 그러나 노동 소득만으로는 이 기하급수적인 그래프를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1.jpg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에는 구조적인 격차가 존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의 대가 : 기회비용


여기서 우리는 경제 용어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한국은행의 <경제금융용어 700선>에 따르면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 중 최선의 것을 의미한다. 즉, 내가 A를 선택했다면 그로 인해 포기한 B, C, D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바로 내가 치른 비용이다. 우리는 흔히 돈을 쓰는 것에만 비용이 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돈을 가만히 두는 것에도 막대한 비용이 청구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1억 원을 금고에 넣어두고 1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표면적으로 손해 본 돈은 0원이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당신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다. 예를 들어, 만약 그 돈이 자본 시장에 참여해 연 5%의 수익률로 복리 효과를 누렸다면 10년 뒤 그 돈은 약 1억 6천만 원이 되었을 것이다. 당신은 금고를 선택함으로써 허공으로 날려버린 6천만 원이라는 기회비용을 치른 셈이다.


모든 수익에는 대가가 따른다. 투자의 대가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라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의 대가는 자산 증식 기회의 상실이다. 우리가 노동 현장에서 땀 흘리는 동안 내 자산도 어딘가에서 일을 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일매일 기회비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청구서를 받고 있는 것이다.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미래의 부를 스스로 포기하는 가장 비싼 선택일지도 모른다.



노동자에서 자본가로 포지션 변경하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투자가가 되어야 할까? 오해하지 말자. 노동을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다. 노동은 소중한 현금 흐름(Cash Flow)을 만들어내는 원천이자 삶의 의미를 주는 중요한 활동이다. 노동 소득 없이는 투자를 시작할 종잣돈조차 만들 수 없다. 다만, 우리는 노동 소득을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당신의 월급은 생활비를 쓰고 남는 잉여 자금이 아니다. 그것은 덧셈의 세계에서 곱셈의 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입장권이다. 이 입장권을 끊임없이 자산 시장이라는 놀이공원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이제 관점을 바꿔보자. 당신은 당신이라는 자산 운용 주체의 CEO이다. 노동 소득으로 번 돈을 어디에 배치해야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 생존의 첫걸음이다.



<3줄 요약>

노동 소득은 정직한 덧셈으로 늘어나지만, 자본 소득은 곱셈(복리)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방치하는 것은 미래의 수익을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과 같다. (기회비용)

월급을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다. 입장권을 먼저 사야 놀이공원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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