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인플레이션은 설계다

by 주리비

Q. 왜 짜장면 가격은 다시 내려가지 않을까?


필자는 가끔 물가 이야기가 나오면 "옛날엔 짜장면 한 그릇에 2,000원이었는데"라며 추억에 잠긴다. 지금은 저렴한 곳도 8,000원은 넘으니 가격이 무려 4배나 오른 셈이다.(짜장면에 투자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이것을 보고 물가가 올랐다고 말한다. 그리고 은연중에 언젠가 경기가 좋아지면 가격이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시적인 등락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모든 물건의 가격은 오르기만 한다. 이것은 사장님들이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다. 누군가가 우리 주머니를 털어가서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렇게 움직이도록 처음부터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챕터에서는 당신의 현금이 왜 가만히 있어도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지, 그 구조적인 원인인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3.jpg 과거에는 2,000원이면 짜장면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었다.



돈의 가치는 끊임없이 추락한다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물건의 가격이 비싸졌다고 생각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돈의 가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 2,000원으로 살 수 있었던 짜장면을 이제는 최소 8,000원은 주어야 살 수 있다. 짜장면의 맛이나 양이 4배 좋아진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짜장면을 교환하기 위해 필요한 돈의 양이 늘어났을 뿐이다. 이것을 경제 용어로는 구매력이 떨어졌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시간이 지날수록 돈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기만 하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원자재가 부족해지거나 물건이 귀해져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핵심은 물건이 아니라 자체에 있다. 경제의 기본 원칙상 무엇이든 흔해지면 그 가치는 내려가기 마련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 역시 이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앙은행은 끊임없이 돈을 찍어낸다. 돈의 양(통화량)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리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의 실질 가치도 함께 줄어든다. 또한 돈의 가치가 조금씩 떨어져야 사람들은 현금을 쥐고 있는 대신 소비와 투자를 하게 되고 이것이 경제를 굴러가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때문에 국가는 빚을 갚고 경제를 굴리기 위해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고 때로는 조장한다. 즉, 인플레이션은 시스템의 버그가 아니라 치밀한 설계이다.



현금의 가치는 변한다


우리는 현금을 사랑한다. 지갑 속의 신사임당은 언제나 든든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안경을 쓰고 보면 현금은 매우 취약한 자산이다. 당신이 1억 원을 장롱 속에 30년 동안 보관했다고 가정해 보자. 30년 후에도 1억 원은 그대로 1억 원이다. 겉보기엔 아무런 손해가 없다. 하지만 30년 뒤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절반, 아니 그 이하일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이 다가와 당신의 돈이 가진 힘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생쥐와 같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위험하다고 말한다.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금만 보유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가난해지는 길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 한, 돈의 가치는 반드시 떨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1-3 (1).jpg 생쥐의 이름은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방패, 자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는 없지만 방어할 수는 있다. 바로 현금을 실물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다. 부동산, 주식, 금 같은 자산들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가격이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인플레이션 헤지(Hedge)라고 한다. 쉽게 말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자산의 가격이 올라서 내 구매력을 지켜주는 것이다.


짜장면 가격이 2,000원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내 월급의 가치도 가만히 두면 예전만 못하게 된다. 우리가 투자를 공부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가난해지는 이 무빙워크 위에서 현상 유지라도 하기 위해 우리는 부지런히 걸어야 하는 것이다.



<3줄 요약>

물가가 오르는 것은 물건의 가치가 올라서가 아니라, 돈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인플레이션).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돈의 양을 늘리도록 설계되어 있어, 화폐 가치는 장기적으로 반드시 하락한다.

현금만 가지고 있는 것은 내 자산의 구매력을 잃는 행위이므로,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실물 자산 투자가 필수적이다.





PART 1. 에필로그 : 현금이라는 소모품에 집착을 버려라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조금 불편해졌을지도 모른다.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아껴 썼는데 세상이 나를 가난하게 만들고 있었다니.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당신을 좌절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이 게임에서는 당신이 서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를 알고 전략을 세워야 비로소 골을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각도를 알기 위한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노동의 한계: 덧셈으로 늘어나는 월급은 곱셈으로 불어나는 자본의 속도를 이길 수 없다.

저축의 배신: 은행 이자는 물가 상승분을 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실질금리 마이너스).

인플레이션의 위협: 가만히 쥐고 있는 현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사라진다.


이것이 자본주의라는 게임의 정체이다. 왜 우리가 열심히 일해도 불안한지 왜 돈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다. 이 구조를 이해했다면 이제 당신은 돈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돈은 소중히 모셔두는 보물이 아니다. 교환의 수단이자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현금은 시간이 지나면 닳아 없어지는 소모품과 같다. 따라서 우리는 소모품인 현금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커지는 자산으로 부지런히 바꿔야 한다. 당신이 느끼는 박탈감은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였다. 하지만 이제 원리를 알았으니 공포는 사라지고 전략이 생길 차례다.


이어지는 PART 2에서는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돈의 진짜 정체에 대해 파헤쳐 볼 것이다. 돈이 물건이 아니라 약속이자 빚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당신은 비로소 자본주의라는 게임의 플레이어로 입장하게 될 것이다. 준비되었는가? 그럼 이제 다음 파트로 넘어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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