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가치로 착각하는 순간, 당신은 자본주의의 먹잇감이 된다."
우리는 앞선 장에서 조금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열심히 일해도 자산이 늘지 않는 이유는 당신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노동 소득(덧셈)은 자본 소득(곱셈)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고,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생쥐는 가만히 서 있는 우리의 구매력을 끊임없이 갉아먹는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현금이라는 소모품을 연료로 삼아 자산이라는 엔진에 시동을 걸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자산을 교환하는 매개체인 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자본주의라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게임의 칩인 돈의 정체부터 파악해야 한다.
잠시 상상을 해보자. 당신이 탄 배가 난파되어 망망대해의 무인도에 홀로 표류하게 되었다. 구조될 기약은 없다. 이때 침몰하는 배에서 딱 하나만 가지고 탈출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집어들 것인가?
A. 5만 원권으로 꽉 채워진 100억 원짜리 007 가방
B. 유통기한이 넉넉한 라면 한 박스
서울 한복판이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A를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100억 원의 현금은 그저 불쏘시개나 휴지에 불과하다. 배고픔을 해결해 주지도, 추위를 막아주지도 못한다. 반면 라면 한 박스는 당신의 생명을 며칠 더 연장해 줄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이 극단적인 상황은 돈의 본질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돈 그 자체에는 아무런 내재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5만 원권 지폐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종이 질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종이를 내밀면 타인이 그에 상응하는 가치(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즉, 돈은 물건이 아니라 사회적 약속이자 신용 그 자체이다.
라면은 그 자체로 칼로리와 영양분을 제공하여 생존을 돕는 내재 가치를 지닌 실물 자산이다. 반면 100억 원의 지폐는 그 종이 자체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으며 오직 누군가 그것을 받아줄 때만 효력을 발휘하는 교환 가치의 수단일 뿐이다. 무인도라는 외부와 단절된 공간은 화폐가 가진 유일한 기능인 교환의 힘을 제거해 버림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맹신하던 돈이라는 존재가 실은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지 보여준다.
과거 화폐의 가치는 금이라는 실물자산에 묶여 있었으나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화폐는 금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선언했다. 이제 국가는 신용을 통해 화폐를 찍어낸다. 이 챕터에서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할 때 발생하는 시뇨리지(Seigniorage)라는 마법에 대해 알아보고 국가와 중앙은행이 이를 통해 어떻게 경제를 통제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을 안전하다고 믿지만, 돈의 가치는 가만히 두면 서서히 하락한다. 현금은 물건을 사고팔기 위한 교환의 수단으로써는 훌륭하지만, 부의 저장 기능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 챕터에서는 당신이 장롱 속에 숨겨둔 현금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증발해 버리는지, 그리고 구매력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따져 볼 것이다.
내 통장에 찍힌 숫자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빚은 경제를 돌리는 핵심 연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돈은 실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이라는 이름으로 허공에서 만들어진다. 이 챕터에서는 빚이 없으면 돈도 생길 수 없는 이 기묘한 시스템 속에서 나의 자산이 타인의 부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구조적인 비밀을 밝혀낸다.
이처럼 이번 PART 2에서는 우리가 막연히 절대적인 가치라고 믿어왔던 돈의 가면을 벗겨보려 한다. 돈은 어떻게 탄생하며, 왜 끊임없이 불어나야만 하는지, 그리고 내 통장에 찍힌 숫자가 사실은 내 돈이 아니라 누군가의 빚일 수밖에 없는지 그 구조적인 비밀을 파헤칠 것이다. 이 원리를 이해하는 순간, 당신은 돈을 맹목적으로 모으는 수집가가 아니라 돈의 흐름을 읽고 이용하는 투자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빨간 약을 삼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