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돈을 게으르게 만들지 마라

당신의 돈은 어디 있는가?

by 주리비

Q. 10년 전의 1만 원과 지금의 1만 원, 과연 같은 돈일까?


앞선 PART 1-3에서 우리는 짜장면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돈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인플레이션)’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조금 더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볼 차례다. 그래서 도대체 내 돈의 가치는 얼마나 사라진 것일까?

지갑 속에 빳빳한 5만 원권이 들어있으면 왠지 모르게 든든하다. 주식은 파란불이 들어오면 반토막이 나고 부동산은 폭락한다는 뉴스가 들려오지만 현금 5만 원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숫자 50,000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변하지 않는 숫자 때문에 현금을 안전자산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숫자가 같다고 해서 그 가치까지 똑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현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 중 확실하게 가치가 떨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자산이다. 이 챕터에서는 당신의 돈이 왜 가만히 있어도 증발할 수밖에 없는지 구매력평가화폐의 시간가치라는 개념을 통해 자세히 파헤쳐 보려 한다.



돈의 진짜 크기 : 구매력과 빅맥 지수


돈의 진정한 가치는 지폐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그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실물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구매력이라고 한다. 이 개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빅맥 지수이다.

구매력평가(PPP) 환율은 주로 국가 간 물가를 비교할 때 쓰이지만 동일한 국가 내에서 과거와 현재의 돈의 가치를 비교할 때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빅맥 지수에서는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크기와 재료로 만드는 맥도날드의 빅맥 햄버거가 기준이 된다.

과거에 1만 원으로 빅맥 세트를 2개 먹을 수 있었다면 1만 원의 구매력은 ‘빅맥 2개’였다. 하지만 지금 1만 원으로 빅맥 세트를 1개밖에 먹을 수 없다면 1만 원의 구매력은 ‘빅맥 1개’로 반토막 난 것이다. 명목상의 돈(1만 원)은 그대로지만 실질적인 부(구매력)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우리가 돈을 모으는 목적은 종이 조각을 수집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중에 그것을 맛있는 음식, 편안한 집, 혹은 타인의 노동력과 교환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교환 비율이 나에게 불리하게 바뀐다면 현금을 금고에 모셔두는 행위는 저축이 아니라 내 자산을 조금씩 허공에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2.png 현금을 그대로 두면 당신의 구매력은 점점 줄어든다.



오늘의 1원은 내일의 1원보다 비싸다 : 화폐의 시간가치


여기서 우리는 재무관리의 핵심 개념인 화폐의 시간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이 원리는 아주 단순하다.

“오늘의 1원은 내일의 1원보다 가치가 크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회비용이다. 오늘 받은 1만 원을 은행에 예금하거나 투자하면 이자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즉, 돈은 시간을 먹고 자라나는 속성이 있다. 둘째, 인플레이션이다. 시간이 흐르면 물가는 오르고 돈의 구매력은 떨어진다. 미래에 받을 1만 원은 지금의 1만 원보다 힘이 약하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금은 보유의 대상이 아니라 교환의 대상이어야 한다. 현금을 쥐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신은 시간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은행 예금 이자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현금은 마치 상온에 꺼내 둔 얼음과 같다. 형태는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시간으로 조금씩 녹아 물이 되어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는 위험해서 현금을 가지고 있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역사를 통틀어 볼 때, 현금만 100% 보유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가난해지는 길(구매력 상실)이었다. 시스템 자체가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돈을 게으르게 만들지 마라


그렇다면 현금은 무조건 없애야 하는 것일까? 물론 현금 보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도 항상 천문학적인 액수의 현금을 보유한다. 하지만 그가 현금을 쥐고 있는 이유는 돈을 금고에 쌓아두고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위기가 닥치거나 시장이 폭락했을 때, 헐값에 나온 좋은 기업을 사냥하기 위한 실탄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즉,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대기 중인 현금은 훌륭한 무기가 된다. 문제는 아무런 계획 없이 방치된 현금이다.

목적 없이 현금을 금고에 가두는 것은 건강한 일꾼을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방 안에 가둬두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에너지이고 혈액이다. 고여 있으면 썩는다. 부자들은 돈을 소유하려 들지 않고 흐르는 구조를 만든다. 그들은 현금이 생기면 세상 밖으로 내보내 일을 시킨다. 어떤 돈은 기업에 가서 물건을 만들게 하고(주식) 어떤 돈은 땅을 다지게 한다(부동산). 그렇게 밖에서 땀 흘려 일한 돈만이 친구(이자, 배당, 시세차익)를 데리고 다시 주인에게 돌아온다.

당신의 현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혹시 차가운 통장 속에 갇혀 주인이 문을 열어주기만을 기다리며 무기력하게 녹아내리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 그들에게 할 일을 줄 차례이다.



<3줄 요약>

1. 돈의 진정한 가치는 지폐의 숫자가 아니라,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실물의 양인 '구매력(빅맥 지수 등)'으로 평가해야 한다.

2. 화폐의 시간가치 원리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존재하는 한 오늘의 현금은 미래의 현금보다 항상 가치가 높다.

3. 현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녹아내리는 얼음과 같으므로, 장기 보유하지 말고 실물 자산이나 투자 자산으로 전환해 순환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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