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대한 진실
금융기관이 만든 '규칙'을 이해하기.
우리는 은행을 공공기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웅장한 건물, 제복을 입은 청원경찰, 그리고 정부의 허가를 받은 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은행을 '내 돈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정의로운 요새'라고 믿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은행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그것도 아주 특수한 권한과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팔고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를 판다면, 은행은 '돈'을 상품으로 판다.
정확히 말하면 '남의 돈'을 보관해 준다는 명목으로 싼값(예금 이자)에 빌려와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비싼 값(대출 이자)으로 되파는 장사를 한다. 한국은행의 <경제금융용어 700선>에서는 이를 예대금리차(예대마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은행도 망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수많은 은행이 간판을 내렸고,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수많은 예금자가 피눈물을 흘렸다. 레이 달리오가 분석한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에서는 수천 개의 은행이 문을 닫기도 했다.
이번 PART 3에서는 은행이 당신의 돈을 불려서 자기들의 배를 불리는 마법 같은 기술(신용창조)과, 그 기술이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치명적인 위험(뱅크런)에 대해 파헤쳐 볼 것이다. 이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모르면 우리는 평생 은행을 '돈 맡겨두는 곳'으로만 착각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당할 수 있다. 이제 은행이라는 거대한 성벽 안으로 들어가, 그들이 숨겨둔 영업 비밀과 위험한 이면을 들여다보자.
당신이 은행에 100만 원을 예금했다고 치자. 은행은 그 100만 원을 금고에 고이 모셔둘까? 절대 아니다. 은행은 당신이 언제 찾으러 올지 모를 아주 적은 돈, 즉 지급준비금만 남겨두고 나머지 돈은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준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시중에는 실제 존재하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이 돌아다니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팽창하는 원리(신용창조)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모든 예금자가 동시에 은행으로 달려가서 너도나도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은행은 돈을 돌려줄 수 없어서 파산하게 된다는 뜻이다.
은행은 태생적으로 신뢰를 먹고사는 존재다. 예금자들이 "은행이 위험하다"라고 느끼는 순간 너도나도 돈을 찾으러 은행으로 달려간다. 이를 뱅크런(Bank Run)이라고 한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은행은 구조적으로 자산(대출)과 부채(예금)의 만기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뱅크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한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해 국가는 예금보험제도를 통해 1억 원까지는 보호해 주지만 그 이상의 돈은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은행이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만연하지만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은행을 이용해야 한다. 부자들은 은행의 돈을 이용해 자산을 매입하고 그 자산 가치의 상승분이 이자 비용을 넘어서게 만드는 기술, 즉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돈만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은행의 시스템이 가진 위험성을 인지하되 은행이 파는 상품(대출)을 나의 무기로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은행을 두려워하지도 맹신하지도 말아야 한다. 대신 은행의 생리를 이해하고 그들의 상품(예금, 대출)을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은행은 자본주의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아이템 상점이지만 언제든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 이어질 챕터들을 통해 당신의 소중한 돈이 은행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은행의 등 위에 올라타 자산을 불릴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준비되었는가? 이제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갈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