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의 흐름
뉴스는 정보가 아니라 신호다.
가끔 뉴스를 보면 넥타이를 맨 점잖은 노신사가 나와서 어려운 말을 몇 마디 한다. “금리를 인상하겠다”거나 “양적 완화를 축소하겠다”는 말들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대한민국의 내 주식 계좌에 비가 내리고 우리 집 아파트 대출 이자가 들썩인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누구길래 말 한마디로 내 지갑을 털어가는 걸까? 우리는 그동안 내 돈만 쳐다보며 살았다.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고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샀다. 하지만 정작 내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나의 노력이 아니라 국가와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거시경제의 흐름이었다.
앞선 PART 3에서 은행이 돈을 불리는 상점이었다면 이번 PART 4에서 만날 국가와 중앙은행은 이 게임의 운영자다. 그들은 금리라는 스위치로 돈의 수도꼭지를 틀거나 잠그고 환율이라는 저울로 우리 돈의 가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경제지표라는 성적표를 통해 시장에 신호를 보낸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 뉴스를 지루해한다. GDP가 어떻고 CPI가 어떻다는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장담컨대 거시경제를 모르면 당신은 눈을 가리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도로가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는데 엑셀을 밟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이제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차례다. 거대한 파도가 어디서 시작되어 우리에게 밀려오는지 그 거시경제의 메커니즘을 파헤쳐 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공짜가 아니다. 돈에도 가격이 있다. 그 가격을 우리는 금리라고 부른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돈의 가격을 비싸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돈값이 비싸지면 사람들은 돈을 빌리지 않고 갚으려 한다. 시중에 돈이 줄어들면 자산(부동산, 주식) 가격은 중력에 이끌리듯 아래로 떨어진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돈값이 싸져서 자산 가격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즉, 투자의 성패는 내가 얼마나 좋은 물건을 고르느냐보다 지금이 돈값이 싼 시기인지 비싼 시기인지를 아는 데 달려 있다.
우리는 원화라는 배를 타고 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달러라는 배가 갑자기 커지면(달러 강세) 상대적으로 우리 배는 작아 보인다(원화 약세). 이것이 환율이다. 환율은 단순히 여행 갈 때 돈 바꾸는 비율이 아니다. 국가의 체력을 보여주는 성적표이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에 들어올지 떠날지를 결정하는 신호등이다. 환율이 요동치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기업들의 실적이 바뀌며 결국 내 주머니 사정까지 직격탄을 맞는다.
GDP(국내총생산), CPI(소비자물가지수), 실업률. 뉴스에 매일 나오는 이 단어들은 경제라는 환자의 상태를 알려주는 건강검진표다. 의사가 차트를 보고 처방을 내리듯,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 지표들을 보고 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돈을 풀지 조일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지표를 미리 읽고 “아, 곧 금리가 오르겠구나”, “경기가 식어가겠구나”라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뉴스는 이미 벌어진 일을 보도하지만 경제지표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거시경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우리는 금리를 결정할 권한도, 환율을 바꿀 힘도 없다. 하지만 대응할 수는 있다. 비가 올 것을 알면 우산을 준비하거나 현금을 확보하면 되고 맑은 날이 올 것을 알면 씨앗을 뿌리고 투자를 늘리면 된다. 최악의 투자는 비 오는 날 씨앗을 뿌리고 맑은 날 우산을 펴는 것이다. 이어지는 챕터들을 통해 국가가 보내는 거대한 신호들을 해석하는 법을 배워보자. 이 신호들을 읽을 수 있다면 당신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소수의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게임의 룰을 확인하러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