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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젖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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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May 25. 2022

애 낳은 죄인

애엄마는 갈 곳이 없다.


직장은 애엄마를 싫어한다.


엉엉 우는 아기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넋나간 모습으로 출근하면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고 혼을 낸다.


수족구에, 감기에, 독감에, 코로나까지,

어린이집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전염병에 걸려

출근 못하고 애를 봐야 하는데


상사는 날더러

친정엄마, 시어머니, 돌보미도 하나 없냐며,

(왜 친정아버지, 시아버지, 남편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지?)


능력도 없는게 왜 애를 낳아가지고

동료들에게, 직장에 피해를 주냐며

당장이라도 자를 기세로 날을 세운다.


애 좀 키워놓고 나오란다.

칼만 안들었지 더 무서운 협박이다.


그렇게 애엄마만 집안에 들어앉고 나니

애엄마 빼고는 모두가 기뻐한다.


밤새 우는 아기 달래느라 잠도 못 자고,

온갖 집안일에 하루종일 종종거리다,

집 풍경이 질릴대로 질려 

카페 가서 다른 사람 구경이라도 해보려는데

식당 가서 돈 내고 남이 차린 밥상이라도 먹어보려는데

들어오면 안된단다.

노키즈존이란다.


애엄마는 갈 곳이 없다.

"아기가 왜 여기에 있어요?"

"애엄마가 왜 여기에 있어요?"

괜히 정처없이 유모차로 빙빙 돌다가 

나를 유일하게 받아주는 집으로 돌아간다.


집,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

그렇게 애엄마는 아기를 안고

그 모습 그대로 집에서 화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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