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을 돈주고 타야 돼?

by 이주리

지난 5월 초,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처님오신날까지 기나긴 연휴가 있었다. 남편이 출장을 가야 해서 혼자서 애 셋을 데리고 도무지 기나긴 연휴를 시골 촌집에 박혀서 보낼 엄두가 안났다. 게다가 날이 날이지 않은가! 어린이날이든, 이버이날을 한방에 해결하고자 친정에 가기로 했다.


거제에서 구미까지 애 셋을 데리고 가는 길은 예사일이 아니다. 운전만 세시간반은 족히 해야 한다. 사이렌처럼 울어댈 신생아와 다섯살, 아홉살 아이를 데리고 혼자서 운전할 엄두가 도저히 안났다. 결국 기사 아저씨와 차를 대절해서 갔다. 비용이 꽤 들었지만, 외국 나가는데 비행기표 끊는다고 생각하고 두 눈 꾹 감고 질렀다. 그야말로 큰 행차였다. 짐을 보따리 보따리 싸들고, 장장 네 시간에 걸쳐, 막내 눈물 콧물 다 빼고 겨우 도착을 했다.


친정부모님이 사는 곳은 구미의 구도심이다. 빌라,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등등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차는 예전보다 더 많아져서 골목길마다 주차된 차들이 빼곡하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차를 피해서 걸어다니기도 복잡하다. 우리 부모님은 빌라에 사시는데 5살, 9살 아이들이 하루종일 빌라 집안에만 갇혀 있기에는 지루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내가 매일 데리고 나갔다. 애들 데리고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그네도 타고, 모래놀이도 하고, 그 앞에 문구사에서 뽑기도 하고, 자질구레한 장난감도 사고, 슬러쉬도 사먹었다. 우리 아이들은 시골 아이들이라 이렇게 문구사에서 쇼핑하는 것도 재미있어했다. 그런데 아무리 뽑기를 해도 시간이 제자리였다.


순간 방방장이 옆에 슬쩍 보였다. "얘들아, 방방 타러 갈래?"했더니, 아이들이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에게 "그럼 방방 주인아저씨한테 10분에 얼마인지 물어보고 와." 그랬더니, 첫째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한테 되물었다.


"방방을 돈주고 타야 돼?"


예상치 못한 물음에 나도 당황을 했다. 그러고보니 시골에는 여기저기 방방이 널려 있었고, 언제든지 원하면 탈 수 있었다. 우리집 뒷마당에도 방방이 있는데 언제든 타고 싶으면 가서 탄다. 주말에 친구들이 놀러오면 하루종일 타는게 방방이다. 우리집이 아니라도 학교 주변 성당에도 방방이 있고, 교회에도 방방이 있다. 성당을 안다녀도, 교회를 안다녀도,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 있는 것이 방방이라 생각나면 언제든지 친구들하고 같이 가서 탔다. 물론 공짜다. cctv도 없을 뿐더러, 지키고 있는 사람 하나 없다. 그런 흔해빠진 방방을 도시에서는 10분에 얼마하고 돈 주고 타야 한다니 아이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긴 했겠다.


"어. 여기는 도시라서 방방을 돈주고 타야 돼. 엄마 어릴 때는 10분에 500원이었는데 지금은 얼마인지 모르겠네."


아이는 겨우 10분 탈거면 그냥 집에 가서 탈래 하면서 돌아섰다.

돌아서는 아이 뒷모습을 보고 속으로 말해주었다.


얘야, 이 곳, 도시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단다. 집만 나서면 다 돈이야. 차 타고 움직여야 하니 기름값 내야 하고, 차를 세우기만 해도 주차비를 내야하지. 노는 데도 키즈카페니, 놀이공원이니, 들어가기만 해도 돈을 내야하고, 물을 먹는 데도 돈이 필요하고, 쉬가 하고 싶어도 돈이 필요하단다. 식당이나 카페 가서 뭐라도 하나 시켜 먹어야 화장실을 쓸 수 있거든. 하다못해 수박씨 하나라도 버리는데도 무게 달아서 돈을 내고 버려야 한단다. 집도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주고 사야 하고, 그마저도 모자라서 겨우 빌려서 산단다. 그런 곳이 도시란다. 그래서 여기는 사람들이 돈, 돈, 돈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