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있던 우리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3년을 지구촌 반대편에 살면서 장거리 연애를 해 왔다. 이제는 더이상 그리워 하지 않아도 된다!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다! 감격스러워 어쩔줄 몰랐다.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불쑥 “저희 곧 결혼해요!”하면서 자랑하고 다녔다. 그저 우리는 싱글벙글했다.
우리가 행복해 하면 할수록 부모님은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놈이 그렇게 좋냐?”라고 비꼬기까지 하셨다. 심지어 결혼식을 한달 앞두고 친척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러 간 길에도 우리 아버지는 이 프랑스 남자를 소개하고 싶어하지 않으셨다. 결혼을 물릴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물리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결혼식 준비 때문에 남자가 친정에 왔을 때도 단호하게 “결혼 전에는 절대 합방 안된다!”고 하셔서 이 프랑스 남자는 결혼식 전날까지 모텔방에 가서 혼자 자야 했다.
결혼식을 올리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얼마나 역경과 고난이 많았던가.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어 밤에 달님 보며 소원 빌던 일,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던 부모님 설득, 한국에서 남편 직장을 구하느라 동동거리며 마음 졸이던 3년의 지난한 세월이 눈 앞에 주욱 스쳐갔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던 결혼 행사가 어둑어둑해지고 나서야 겨우 마무리가 되었다. 신혼밤을 보낼 호텔방에 들어섰을 때는 우린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한복을 다 벗어던져 버리고, 샤워를 했다. 얼굴에 붙어있는 두꺼운 화장 가면을 한참을 떼어내고, 머리에 수십개 박힌 실핀도 다 뽑아내어 감고 나니, 이제야 살 것 같았다. 만세가 절로 나왔다.
“야호! 우리 드디어 공식적인 부부가 됐어! 이제 공식적으로 합방할 수 있어!”
신나게 침대로 뛰어 들었다. 그렇게 역사적인 신혼밤을 보냈다. 결혼 준비하면서 챙겨야 할 것이 얼마나 많았던지 극도의 피로감과 긴장감이 한꺼번에 몰려 왔다. 합법적인 부부가 된 두 사람은 그제서야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