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작은 아기 하나 키우는데 공이 엄청나게 든다. 기본적으로 아기를 항상 안거나 업어야 하고, 아기 삼시세끼를 챙겨야 하며(처음에는 젖을 물리고, 6개월부터는 이유식을 준다), 수도없이 기저귀를 갈고 옷 갈아입혀야 하고, 씻겨야 하고, 낮잠과 밤잠을 재워야 한다(아기는 혼자서 반듯이 누워서 잠들지 못한다). 그 와중에 어른인 나도 밥을 세끼 먹어야 하고, 씻어야 한다. 아기가 커갈수록 눈 맞춰가며 노래도 불러주고, 책도 읽어줘가며 말도 배워줘야 하고, 위험한 건 안된다고 알려줘야 한다. 잡다구레한 집안일도 당연히 해야 한다. 어른밥과 아기밥 장보고, 요리하고, 치우고, 옷도 개월수에, 계절에 맞춰서 구입하고, 빨래하고, 정리해 놓고, 기저귀가 떨어졌는지 확인해서 구입해놓고, 아기 물건으로 폭탄 맞은 집을 끊임없이 치워야 한다. 재활용과 쓰레기통은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 매일같이 가져다 버려야 한다. 그야말로 할 일이 차고 넘친다.
첫째를 낳고 남편하고 지지리도 사이가 안 좋았는데, 그럼에도 이혼은 겁이 났다. 도저히 혼자서 아이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편이 그래도 집에 들어와서 쇼파와 한 몸이 되어 드러누워 폰만 들여다 보고 있는데도 그래도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명목상이든 어떠하든 우리는 한 지붕 아래 같이 잠을 자며, 아기 보호자로 나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 자체가 버팀목이 되어줬다.
실은 남편보다 친정엄마가 훨씬 많이 도와 주셨다. 아기 낳고 처음 1년반은 직장을 계속 다녔다. 그래서 친정엄마가 일주일에 이틀씩 와서 아기를 봐주셨다. 첫손주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사랑을 듬뿍 담아 열과 성을 다해서 봐주셨다. 하지만 친정엄마가 몸을 너무 혹사시키다 보니 무릎하고 관절이 많이 안 좋아졌고, 아기 아토피도 있고, 나도 지칠대로 지친터라 고민 끝에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아기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회사일이나, 학업은 어떻게든 이 악물고 혼자서 독하게 해낼 수 있을지 몰라도, 아기는 도저히 혼자서 키워낼 수가 없다. 그동안 잘난 척 하며 외국만 쏘다니며 친정에 코빼기도 안보이던 내가, 아기를 낳고부터는 틈날 때마다 친정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