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젖과 자궁의 발견

by 이주리

현대인들은 자연스런 욕구(본능)를 꾹꾹 누르고 살아간다. 비현실적으로 날씬하다 못해 말라야 옷발이 사니까 사시사철 다이어트 중이다.’어떻게 사람이 저걸 다 먹지 싶은 기인열전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먹방 유튜브를 보면서 비록 본인은 마음껏 못먹어도 유튜버가 마구 먹어대는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식욕 억제) 이상적인 신랑감과 결혼하여 완벽한 건강과 경제 상황이 주어져야 임신을 겨우 마음먹을까 말까 한다. (번식욕 억제) 혹시라도 예정에도 없던 임신을 하게 되면 모든 인생 계획이 헝클어지는데다, 성을 밝히면 문명인이 아니고 짐승이 되어버리므로 (심지어 부부사이일지언정) 섹스는 심사숙고해서 치뤄진다(성욕 억제).


나도 문명인으로 교육받고 자라왔다. 16년 학교생활(초, 중, 고등학교, 대학교 포함)동안 머리 쓰는 법만 배웠다. 몸을 쓰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항상 책상에 앉아 있었고, 글씨 쓰고, 그림 그리고, 컴퓨터 키보드 두드리고, 폰과 패드 터치하는 정도로 손가락만 까딱까딱 놀릴 뿐이었다. 머리가 뜨거워져서 머리에서 나는 열을 식혀야 할 정도로 지나치게 머리만 썼다. 회사에 오니 “감정적으로 그러시면 안됩니다. 이성을 되찾고 다시 이야기 합시다.”는 말을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이성적으로 머리쓰는 일만이 미덕이었다. 몸뚱아리는 그저 머리를 받치고 있는 받침대일 뿐이었고, 옷을 멋지게 차려입기 위한 장식용 도구일 뿐이었다.


그런데 아기를 갖고 보니 한치의 관심도 없었던 내 몸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존재도 잊고 살았던 자궁이 아기가 생기면서 수십배나 커졌다. 납작했던 가슴은 수박처럼 부풀어 올라 아기 젖물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머리 대신 몸을 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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