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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ul 07. 2023

좋은것만 취할수는 없다

프랑스살이와 한국살이를 여러 지표를 놓고 비교해 보면 한국쪽으로 기운다. 참고로 계산기 두드려서 가성비 비교하는 일은 한국사람이 제일 잘한다. 착착 계산해보면 애셋인 우리는 한국에서 받을 혜택이 경제적으로 더 많다. 한국사람들은 프랑스는 애만 낳으면 나라에서 돈 펑펑 주는줄 아는데 틀렸다. 일단 프랑스는 모든 것이 소득에 따라 차등지원이기 때문이고 거의 기초생활수급자 정도는 되어야 넉넉히 지원을 받는다. 게다가 애 셋은 다자녀에 속하지도 않는다. 여섯 정도 낳아야 다자녀에 속한다. 결국 교육, 급식, 의료, 치안, 행정, 각종 서비스 등 모두 한국이 더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프랑스에 몇년 더 있어 보기로 했다.


나는 여태까지 한국사람들이 봤을때 쓸데없는 짓, 멍청한 선택을 많이 해왔다. 국토대장정하면서 얼굴 새카맣게 다 태우고 얼굴에 기미 주근깨 다 덮어쓰고 지금도 여전하다. 교대 졸업하고 중국에 가서 회사에 취직을 해서 해외영업을 했다. 영업에 뜻이 없었고 영업이 뭔지도 모르는데 나를 취직시켜 주는 곳은 거기밖에 없어서 하게 됐다. 그래도 큰 스트레스 없이 5년이나 다녔다. 그러다 프랑스남자한테 홀딱 빠져 스물여섯에 결혼해서 어쩌다 애를 셋 낳았다. 맞벌이하다가 몸고생 마음고생으로 죽겠다고 일가정 양립은 포기, 외벌이로 산다. 한국사람들이 봤을때 쯧쯧할 정도로 거지꼴을 하고산다. 그래도 애들이 많으니 하루하루가 풍성하고 그동안 고군분투하며 동고동락해온 남편과 소환할 추억거리가 쌓여간다.


지나고보니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었다. 계산기 착착 두드려서 당시에는 최고의 선택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면 후회될 때도 있었다. 반대로 최악의 선택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면 크게 나쁘지도 않았다.


프랑스는 한국에 비하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불편하고 행정처리는 가끔은 답답해서 속이 터져 죽을것 같다. 이번 아프리카계 이민자 폭동 때도 치안이 불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아직 안 망했고 그럭저럭 굴러간다. 어쩌면 한국의 일 처리 방식이 너무 병적으로 지나치게 편리함을 찾고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함을 추구하는건 아닌지 되묻게 된다.


가끔은 크고작은 인종차별을 당할 때도 있다. 한국말로 속시원하게 욕 한바가지 쏟아주고 싶다. 그러면서 아주 많이 배운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베트남에서 결혼이민와서  어눌한 한국어 하던 베트남여성들 처지가 이 곳 프랑스에서 내 처지와 다름없다. 내가 이민자가 되고보니 내나라의 이민자들이 달리 보인다.


나이 서른 중반에 말도 못하는 나라로 이민을 해서 애셋을  건사하기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더 있어 보기로 했다. 항상 좋은 것만 취할 수는 없다. 못생긴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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