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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ul 09. 2023

답답이

나는 어릴적부터 우리 엄마한테 혼이 많이 났다. 행동이 굼뜨고  빠릿빠릿하지를 못하고 느려서 보는 사람 답답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늘 성격 급하고 추진력 끝내주는 울엄마는 "이 미련하고 답답한 것아! 니 이름은 그냥 이답답이라고 해라!"라며 나를 이답답이라고 불렀다. 나는 예쁘지도 않았고, 날씬하지도 않았고, 성격이 여우같이 살갑지도 못하고 무뚝뚝한 곰 같은데다, 공부는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었지만 우리 부모가 잘한다고 인정할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남들보다 뭔가를 아주 잘해내야 한다는 무게가 나를 짓눌렀고 세상살이가 버거웠다.


이제 프랑스에 와보니 알겠다. 나는 그저 나라를 잘못 택해서 태어난것 뿐이었다. 나는 한국에서는 굼뜬 느림보에 답답이였지만 여기 프랑스에서는 재주도 많고 부지런하다고 칭찬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넌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그게 최선이냐고 평생을 혼나고 움츠려 지냈는데, 프랑스에서는 너는 왜이렇게 할줄 아는게 많냐며 칭찬일색이다. 사람이 이렇게 마음 편하게 살수 있다는걸 프랑스 와서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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