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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ul 11. 2023

1인분과 5인분의 삶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출산은 필연적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는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 이 다둥이 엄마는 매일 실감을 한다.


결혼전에는 혼자 벌어서 혼자 썼고, 결혼해서 애가 없던 신혼시절에는 둘이 벌어서 둘이 썼다. 그 때가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걸로 기억을 한다. 각자 자취를 하다가 한 집으로 살림을 합쳤으니 집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여러모로 공유할 수 있었고 여행을 가도 한 방에서 잘 수 있으니 많이 절약할수 있었다.


그러다 애가 하나 태어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큰 타격은 없었다. 여전히 맞벌이를 했다. 물론 남편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을 했지만 맞벌이를 어떻게든 강행해야만 했다. 친정엄마가 절대 직장 놓으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고 아이를 봐주기까지 하셨다. 친정엄마는 대학에 유학까지 다녀와서 어렵게 잡은 직장을 놓으면 안된다고, 엄마꼴로 살면 안된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나도 어떻게든 버텼다.


그러다 2년 지나고 친정엄마도 몸이 슬슬 아파오고 더이상 봐주실 수 없게 되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아이는 자주 아팠다. 해외출장이 잦던 나는 해외영업일을 계속 지탱할 수 없어 그만 두고, 여자로서는 최상의 직업이라는 초등교사로 직업을 바꿨다. 첫달 월급명세서를 받아들고 월급이 너무 적어서 놀라긴 했지만, 출장이 없고 출퇴근시간이 일정하며 방학이 있어 아이의 학사일정과 같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업무 강도는 체력적으로 너무 고되었다. 아이들 28명을 하루종일 보는 것이 진짜 보통일이 아니다! 화장실도 제대로 못간다. 쉬는 시간에 싸움박질이 나면 담임을 찾으러 화장실까지 온다. 게다가 그들의 부모 56명을 감당해야 했는데,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전화가 온다. 밑도끝도 없는 학부모민원과 교사의 무한책임이 버거웠다. 나는 기진맥진하여 목이 쉬어서 정작 내 아이에게는 말한마디 다정하게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예전에 회사에서 컴퓨터나 두드리고 지루한 회의시간에 노트에 낙서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그러다 둘째가 생겼고 육아휴직. 일하다 셋째가 생겼고 또 육아휴직. 일이 하기싫어 임신을 했는지, 임신을 해서 일을 못하는건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와 비슷하다.


어쨌든  이후로 남편이 외벌이로 고군분투한다. 내가 일하러 나가려고 해도 남편이 극구 말린다. 애 조금만 더 키워놓고 가라고. 예전에 맞벌이하면서 집과 애들이 개판오분전 되고 내가 맨날 죽는소리 하면서 싸우던 게 끔찍한 모양이다. 가사도우미 쓰고 아이돌보미도 썼는데 계산해보면 남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1명이 벌어 5명이 먹고산다. 나도 5인분의 살림을 한다. 1인분의 살림과 5인분의 살림은 규모가 다른데, 빨래만 봐도 하루에 팬티가 다섯벌, 양말만 5켤레가 나온다. 빨래, 청소, 요리, 장보기 등등 모두 대용량이다. 먹을 입은 많고  할 일은 넘쳐나고 수입은 쪼달린다. 중고차를 타고, 아끼고, 아낄 수 밖에 없다. 1인1닭은 호사스럽다. 닭한마리 고아고아 살을 발라 놓으면 닭죽에 닭고기볶음밥까지 두끼는 다섯식구가 먹을 수가 있다. 집밥에 지치다 지치고 특별한 날에는 뷔페식당을 찾는다. 양껏 먹을 수 있어 아이들도 절로 만세가 나온다.


돈이 전부인 자본주의 세상에서 어쩌자고 겁도 없이 애를 셋 낳아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는지. 젊어서 무모해서 대책없이 애 셋을 낳고 어떻게든 살아가려 발버둥치지만 정말 쉽지 않다. 애들한테는 애써 행복한 척, 걱정없는 척 하고 있지만 속은 문드러진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아이들 안 보는 곳에서 몰래 외치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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