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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Aug 05. 2023

죽는다는 말 좀 그만해

전쟁터가 따로 없다. 잠시 잘 놀다가 고래고래 호통치며 싸우는 첫째와 둘째. 엄마아빠가 싸우는걸 보고 너희도 배웠겠지, 내가 누굴 혼낼 자격도 없는걸. 그저 안아준다. 그리고 싸우지말고 놀아라. 악수와 포옹으로 화해. 애들답게 금방 화가 풀려서 또 잘 논다. 두돌도 안된 막내는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난리. 애들을 업고 들고 어르고 달래가며 집안일 4총사 주방일 세탁 청소 정리를 쉼없이 한다. 밤에 애들 재워놓고 한숨 돌리고 잠들려는데 이유없이 갑자기 깨서 우는 막내. 겨우 다시 재우고 첫째 둘째 발로 차던진 이불 다시 덮어주고 잠이 든다.


고단한 하루가 계속되니 가끔은 나도 모르게 열살배기 첫째를 붙잡고 하소연과 푸념이 나온다. 엄마 죽도록 일하는거 안보여?치우진 못할망정 어질지는 말아야지. 엄마 진짜 힘들어 죽겠어.


그러자 첫째가 프랑스사람처럼 내눈을 똑똑하게 보고 말을 한다. 엄마 죽는다는 말 좀 그만해! 말만 하면 죽어 죽어 하잖아. 힘들면 쉬어!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래, 딸아, 나도 몰랐다. 한국에서는 다들 죽겠다는 말을 달고 사니까. 힘들어 죽겠어, 외로워 죽겠어, 죽도록 일하고, 배불러 죽겠어, 배고파 죽겠어, 먹고 죽자... 죽는다는 말을 달고 사니 한국은 죽음이 그리 쉬운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세계1위 자살율 국가인가봐.


딸, 우리도 이제 프랑스 왔으니까 엄마도 이제 죽는다는 말 안할게. 엄마 안 죽을거니깐 걱정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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