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처음 와서 가장 놀란 것은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안한다는 점이었다. 일을 아예 안하는건 아니고 하긴 하는데 한국 기준으로 봤을때 안하는 거로 보인다.
애들도 학교를 주4일만 간다. 부모들도 주5일 해봤자 35시간밖에 일 안하지만 애들 돌보려고 주4일 28시간 일하는 부모들도 꽤나 많다. 직장인 휴가는 일년에 기본 5주부터 시작한다.
자영업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식당이 주4일, 주5일만 영업을 한다. 상점도 주로 주5일을 하는데 점심시간에는 쉬고 오전 오후 세시간씩 문을 연다. 그마저도 금요일 오후는 쉬는 경우가 많다. 집앞 정육점도 요일별 운영시간이 달라서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가 허탕친 경우가 허다하다. 자영업하는 사람들도 여름에 두달은 문을 닫고 휴가를 간다. 하다못해 중국인 자영업자들도 한달은 문닫고 휴가를 간다.
공공도서관도 비슷하다. 도서관은 주5일만 여는데 오전 열시에 열고 점심시간에는 문을 닫는다. 그리고 요일마다 운영시간이 다르다. 오전에만 여는 날도 있고, 오후에만 여는 날이 있다. 도서관을 일년을 다녔는데도 운영시간이 헷갈려 시간표를 챙겨보고 가야 한다.
처음에는 돈이 차고 넘쳐서 일할 필요가 없는가보네, 이 게을러 빠진 프랑스 놈들 하면서 욕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이 사람들, 한국사람들보다 더 가난하다. 한국같으면 진작에 폐차 시켰을 고물중고차를 타고, 외식도 편히 못하고, 낡은 옷과 가방을 입고 다니며, 집도 우리나라 같으면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었을 같은 곳에 살면서 더 검소하게 산다. 고로 돈이 많아서 그런건 아니다.
그런데 노는데는 진심이다. 공원에서, 산 중턱에서 온갖 음악회와 축제가 수시로 열리고, 집에서 친구들 초대해서 먹고, 춤추고, 수다떨고. 밤새 신나게 논다. 논다고 흥청망청 돈을 쓰지도 않지만 흥이 넘친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다른 태도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나 싶어 놀랐다. 한국에서는 하기 싫은 숙제를 해 치우듯이 입시, 취업, 결혼, 육아 같은 과업을 정해놓고 죽지못해 살아가는데, 여기는 내 멋대로 살다간다. 그야말로 내 멋대로!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고 싶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 프랑스다. 한국보다 백배는 더럽고, 불편하고, 느리지만, 대신 그만큼 낭만과 여유, 수다가 넘친다.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사회는 굴러가고,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프랑스에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