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젖부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리 Jun 08. 2020

임신, 출산, 수유, 이보다 여성스러울 수 있나요(1)

임신하고 나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몸의 변화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중3때 이후로 지난 15년동안 제 몸 사이즈는 거의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때 키가 지금 키고, 그때 몸무게가 지금 몸무게이고, 그때 발사이즈가 지금 발사이즈입니다. 생리도 그때부터 시작해서 매달 한번씩 꼬박꼬박 해왔고요. 그런데 임신하면서 생리를 하지 않게 되고,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배는 앞을 향해서 계속 나오기 시작하는데 나중에는 배가 터질까봐 겁날 정도였어요. 배가 나오니 혈액순환이 안되서 종아리는 남편보다 더 굵어지고, 발도 붓기 시작해서 발사이즈도 한 치수 커지는데다 만삭에 가까워질 때는 발등도 부어서 슬리퍼만 신고 다녔습니다.

남편은 배만 볼록나오는 모습이 ET 같다며 키득대며 놀리고 이걸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며 사진을 찍어 댔습니다. 몸은 점점 커져서 임신복을 입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남편옷이 가장 편해서 남편옷을 뺏어다 원피스처럼 입었습니다. 

배만 나오나요? 임신 후기로 향해갈수록 가슴은 풍만 그 자체가 되죠. 아기한테 줄 젖을 생산하기 위해서 몸이 준비하는 거잖아요. 우리 엄마 말로는 수박 두덩이를 달고 있는 것 같다고 했어요. 남편은 연신 감탄했어요. "자기가 이렇게 글래머인줄 몰랐네. 나중에 아기 낳고나면 다시 쪼그라들겠지? 아쉽다!"라는 감상평을 남길 정도. 

예정일이 가까워지고 새벽에 양수가 터져서 남편하고 급히 병원으로 갔습니다. 무통도 달고, 간호사가 하라는대로 이리저리 힘을 주고, 힘 못준다고 혼도 나고, 으아 으아 짐승의 소리같은 비명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옆에 남편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옆에서 미안해서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습니다. 첫손주다 보니 친정엄마, 아빠, 제 여동생까지 달려와서 문밖에서 울면서 기도하고 있고요. 저는 남편한테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고 있어요. "허리가 너무 아파! 허리가! 허리! 허리를 손으로 문지르라고!! 그래! 거기!" 아기가 돌면서 나오는데 한번씩 돌때마다 허리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남편은 있는 힘껏 제 허리를 손으로 문지르고요. "아기 나옵니다! 산모님 힘 주세요! 잘하고 있어요!" 이러는데 진통하는 7시간 내내 코빼기도 안비쳤던 의사가 가위와 시술도구를 들고 들어왔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