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힘들면 인스턴트를 먹고 남편을 시키자

by 이주리

[그래도 힘들면 인스턴트를 먹고 남편을 시키자]


물론 집에서 해먹는 집밥이 그래도 깨끗하고 좋은 재료 쓰고 정성도 많이 들어가겠습니다만은 몸이 골병 들었는데 밥에만 목숨 걸면 안되겠지요. 밥하기는 살림과 육아의 천가지쯤 되는 일 중에 한가지일 뿐. 하나에 너무 장인정신으로 올인하면 안됩니다. 밥도 적당히 하고, 애들 옷도 빨아입혀야 하고, 집도 치워야 되고, 화장실 청소도 해야되고, 친정부모님, 시부모님 기념일도 챙겨야 하고, 갑자기 애가 아프면 병간호도 해야하고, 얼마나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밥만 하고 있을까요?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집에 인스턴트도 쟁여 둡니다. 시리얼, 멸균우유, 라면, 우동(저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부터 시작해서 각종 스파게티와 소스(토마토소스, 크림소스), 3분 짜장이나 카레, 깡통에 든 참치, 햄, 골뱅이 등등. 냉동만두도 꼭 쟁입니다.


저희 큰아이가 반찬투정 비스무리한 것을 할때가 있는데("골고루 먹고 싶은데 골고루가 없다"고) 그때는 "엄마는 몸이 아파서 반찬을 많이 못해. 반찬 잘하는 엄마도 있고, 반찬을 잘못하는 엄마도 있는거야." 하면서 다독여줍니다. 처음에는 왜 나는 요리를 잘못할까, 자괴감에 들고, 요리책에 블로그를 탐독하곤 했었습니다. 물론, 잘하면 좋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잘하게 되겠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 너무 무리는 안할려고 합니다. 우리는 밥말고도 할 일이 많잖아요. 그리고 못하는건 못한다고 인정합시다. (인정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나는 요리를 못한다, 고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겠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는 각종 라면회사와 만두회사 등등입니다)


그리고 저만 항상 요리를 하면 남편이 재능 발휘할(시행착오를 거쳐 점점 요리를 잘할) 기회를 빼앗게 되지요. 부엌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 공동 작업 장소입니다. 남편이 프랑스 요리, 빵, 케이크 등등 맛있게 해내면 저는 이렇게 컴퓨터로 글나부랭이를 끄적이면서 "냄새가 좋은데? 맛있겠다! 역시 자기는 최고야"하고 찬사와 감탄만 보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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