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는 사랑

by 무리수

2025년 9월 15일


걱정하는 사랑


도하가 다리를 다쳤다. 학교에서 체육활동 시간에 넘어졌는데 허벅지 근육이 놀랬나 보다. 정형외과에 갔더니 반깁스를 해주신다. 도하는 휠체어를 타고 싶고 목발을 짚고 싶단다. 언젠가는 죽고 싶다고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예전 엄마가 나에게 그랬듯이 “스읍!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한다. 불행한 말을 내뱉으면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덧나서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는 샤머니즘적 두려움으로 황급히 도하를 다그친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도하가 죽고 싶다거나 몸 어느 한구석이 다치는 상상을 하는 것은 현재가 너무나 불행하여 부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몸이 지금과 다른, 경험해 보지 못한 상태에 대한 상상, 죽음 이후의 상황에 대한 궁금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렸을 때를 떠올려 보면 나도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쓰게 됐으면 했고(눈이 잔뜩 나빠져서 약 30년째 안경과 렌즈를 착용한다.), 얼른 몸이 자라서 언니야나 어른들처럼 브래지어를 입고 싶었다.


어리다는 것. 그 상태 그대로 얼마나 많은 의미와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인지. 도하의 곧게 뻗은 다리, 동그란 엉덩이, 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 얇게 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다가도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나에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말하고 싶어 허둥대는 목소리. 아직 익숙하지 못한 미숙함들로 나에게 도움을 청할 때면, 나를 필요로 하는 너의 현재가 나는 감사하다. 너는 지금을 벗어난 상황과 상태를 여전히 궁금해할 테지만 나는 현재의 네 모습에 감탄한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걱정한다. 엄마가 나를 걱정하듯이 나는 너를 걱정한다. 걱정하는 마음에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다그치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미숙한 사람이라 걱정은 보람 없이 흩어져버리기 일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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