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의 헌

by 무리수

2025년 8월 29일


최신의 헌.


남편은 새로 맞춘(새것이라고 하기엔 꽤 지났다.) 투명 뿔테 안경보다 검정 뿔테 안경을 더 자주 쓴다. 일할 때는 일부러 헌 것을 쓰겠지만 사실 그는 새로 산 물건을 바로 쓰지 않고 묵혀두는 습관이 있다. 최신이 더 이상 최신이 아니게 되었을 때 비로소 꺼내 쓰는 식이다.


오늘 아침, 도하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깨우는 통에 출근 전 시리얼을 먹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두 눈을 가두고 있는 사각형의 까만 뿔테. 그 뿔테는 남편을 닮았다. 뿔테 안에 자리 잡은 두 눈은 정면으로 나를 잘 바라보지 않는다. 흘끗 보는 태도는 비단 나에게만은 아니다. 사람의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습관이 있는 나와는 다르다. 또,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뭉근하게 늘어놓는 법을 모르는데, 그도 그렇진 않다. 다만 말의 양이 적다. 그런 면이 편하면서도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근 17년 정도 되어서야 충청도 스타일인가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그의 고향은 대전이다.) 그런 면에서 템포가 늦은 나는 그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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