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8일
작업과 전시
나는 그림을 그린다. 아니 그리려고 한다. 나는 주말을 뺀 대부분을 작업실에 가지만 매번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다. 나는 그림에 아예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만큼 창작욕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은 좋아한다. 가끔은 내가 그린 그림 몇 점이 마음에 들 때가 있다. 처음 그려 놓았을 때는 마음에 안 들었는데 서서히 마음에 들기도 하고 그릴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가도 서서히 엉망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건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나는 꽤 객관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걸까? 그런 면에서 미술을 벗어난 삶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술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숙명과도 같이 미술로 돈을 버는 것은 여전히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간혹 작은 소품들이 판매가 될 때도 있지만 재료와 작업실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구 문화재단의 공모에 선정되어 삼백만원을 지원 받았고 올해 안에 전시를 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전시를 구상하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따로 떨어져 있다. 내 그림에는 일말의 ‘화풍’이라는 것이 없지 않겠지만 그것은 나의 취향으로 점철되어 간신히 붙들고 있는 연약한 손잡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주제는 느슨하고 표현력은 빈약하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 전시도 역시 나의 이런 나약한 속내를 황급히 감추고 비틀거리는 발목을 견디며 그럴싸하게 오픈하게 될 것이다.
염두 해 두었던 전시장은 나의 안일함으로 느긋하게 연락을 해보았더니 하고 싶었던 기간에 다른 일정이 잡혀 있었다. 드로잉을 많이 해보는 전시를 해야지 싶었던 마음은 증발하고 작은 캔버스만 잔뜩 구매했다. 작은 그림을 몇 점 끼적이다 하다만 100호를 끄집어냈다. 농담으로 항상 발등에 불이 활활 타고 있다고 말하곤 했었는데. 나는 과연 어떤 전시를 하게 될 것인가. 나는 지금도 작업실에 있다.